‘김중혁의 바디무비’라는 제목으로 <씨네21>에 1년여간 연재되었던 소설가 김중혁의 에세이가 책으로 묶여나왔다. 책 제목은 <바디무빙>. ‘버디무비’의 패러디에서 시작된 제목이 멀리까지도 갔다. 연재 당시에 만날 수 없었던 그의 그림도 다수 실렸다. 그림일기 형식인 ‘몸의 일기’와 다소 정색하고 신체 부위에 대해 설명하는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이 바로 그렇게 추가된 그림과 글이다. ‘귀’에 대한 설명은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부위로서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할 수 있다”라고 시작해서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꼰대형 청력상실증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청력이 약해지면서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라고 뻗어간다.
“마흔을 넘기니 몸 여기저기에서 슬슬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선,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이십대 때는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읽었지만, 열심히 눈을 써도 혹은 쓰지 않아도 눈의 퇴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몸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말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에로틱하고 애잔할 경험일 수밖에 없음을,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으로 쓰고 그린 책. 다 읽었다고 생각한 글이, 새롭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