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 결국 하인케스 그늘 못 벗어났다.’ 지난 5월4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한 스포츠 매체의 기사에 달린 헤드라인이다. 재임 기간인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펩 과르디올라 뮌헨 감독을 두고 전임 감독인 유프 하인케스와 비교하며 비꼰 것이다. 임기 내내 구단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까닭에 과르디올라로선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할 말은 없겠지만, 이런 식의 비교는 옳지 않다. 축구란 강팀이 언제라도 질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가. 어쨌거나 과르디올라는 크라위프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바이에른 뮌헨에 접목시켜 독일축구와 전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축구 바람을 일으켰다. 기자로서 취재원을 아주 가까이서 따라다니며 취재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과르디올라 컨피덴셜>은 축구 기자라면 누구나 배 아파할 책이다. 스페인 축구 기자인 마르티 페라르나우가 펩 과르디올라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쓴 책이다. 취재 기간은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던 2014/2015 시즌 동안이다. 어떤 기자보다 과르디올라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까닭에 축구 기사로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많다. 메시가 스트라이커 위치에 있지 않고 미드필드가 뛰는 지역까지 내려와 있다가 순식간에 상대팀 미드필드와 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에 파고들어가는 가짜 9번 전술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밤 10시, 사무실에서 레알 마드리드전을 준비하던 과르디올라는 레알의 두 수비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박스 언저리에서 메시를 쫓아가야 할지, 제자리를 지켜야 할지 판단을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무언가가 생각나 메시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로 불렀다. 그는 메시에게 “윙어로 뛰다가 신호를 주면 미드필더들을 따돌리고 수비수 앞 빈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가짜 9번 전술을 꺼내 레알 마드리드에 6:1로 대승했고, 과르디올라는 가짜 9번 전술을 들고 4시즌 동안 14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또, 뮌헨과 독일 대표팀에서 줄곧 오른쪽 수비수로만 뛰어왔던 람을 피보테(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도 과르디올라의 작품이었다. 언제나 오른쪽 수비수였던 람은 중앙에서 뮌헨의 새로운 척추로서 게임을 조율했고, 상대의 맥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패스 능력을 선보였다. 과르디올라는 올 시즌이 끝나면 뮌헨을 떠나 잉글랜드 축구에 도전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앞으로 맨체스터 시티에서 어떤 실험을 할지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