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방글라데시 감독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입니다. 그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의 지원을 받아 완성한 작품 <텔레비전>은 지난 2012년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각종 국제영화제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젊은 감독들에게 일종의 롤모델로 자리잡은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는 아시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텔레비전> 상영을 위해 폐막식에 참석한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왼쪽) 감독.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부산 시민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보며 떠오르는 경외감입니다. 그런 사랑이야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든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영화 선정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들의 고유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영화제의 성장과 명성은 영화제의 선정작들과 관련이 있죠. 하지만 영화제를 활기 있게 만드는 것은 관객이며, 영화제에 참가하는 게스트들을 환영하는 것은 그 도시의 시민입니다. 영화제가 선별한 작품들과 열정적인 관객이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비로소 영화제가 빛을 얻고 완성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보면 슬픈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배신하고 있는 일군의 무리에게 유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부산 시민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지난 20년간 그들이 구매한 티켓 하나하나, 그들이 받은 사인 하나하나, 그들이 전세계 영화인 그리고 게스트들과 주고받은 미소 하나하나가 지금 세계 최고 영화제 중 하나로 인정받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는 불확실성과 창의성의 부재로 몰락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슬픕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이 세계영화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를 했고 존경받아온 영화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시아의 영화 제작자, 프로듀서, 영화인들을 생각하면 슬픕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들에게 이제껏 희망을 선사해왔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영화계에 절실했던 그 희망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창구를 잃는 게 너무 슬픕니다. 북미권과 유럽권으로 양분되어 있는 세계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정체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대변해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잃는 건 너무 크고 아쉬운 손실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희망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과 그들의 지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결국은 강인하게 버텨낼 것이며, 파괴적인 힘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파괴할 수 없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좋은 기운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이 희망의 빛을 비춰주기 바랍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유와 독립성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