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말들은 넘쳐나지만 귀기울일 만한 설명은 희귀한 시절이다. 소위 영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미장센, 몽타주, 스토리텔링 등등 여러 전문용어들을 쉬이 꺼내 쓴다. 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한줄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적어도 사전적인 의미라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두루뭉술한 개념들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요즘이다. 이유를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장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소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공부를 위한 기초서적들이 꽤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를 뭘 ‘공부’씩이냐 하냐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기초를 다룬 책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에서는 아직도 데이비드 보드웰의 <필름 아트>를 붙잡고 있는 형편이니 오죽할까. 그 책은 물론 훌륭한 정전 중 하나지만 지금 시대의 영화를 새롭게 이야기하는 기초서적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아모르문디에서 발간되는 영화총서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100권을 목표로 발간 중인 이 영화총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화의 기초에 대해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1권 <영화 스토리텔링>, 2권 <미장센-영화 창작 논리의 해부>, 3권 <영화사운드의 이해>, 4권 <디지털 영상제작 이야기-촬영편>까지 현재 4권이 출판된 상태다.
몇 가지 미더운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제목만 들어도 내용이 짐작 가능하도록 주제를 좁히고 그만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사실이다. 두꺼운 책 한권으로 한꺼번에 설명하는 대신 주제별, 용어별로 영화이론의 기초를 다진다. 130쪽 내외로 각각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어 부담도 없다. 물론 얇다고 가벼운 건 아니다. 각 분야 전문 필자들이 알기 쉬운 용어로 주제의 개념과 사례를 제법 심도 있게 파내려간다. 특히 최근 영화들을 분석하며 이론들을 설명해나가는 점에서 지금 영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필요를 자극한다. 클릭 한번에 웬만한 영화이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책의 소용이 점차 빛바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로 묶어나간 자료 속에서 파편화된 정보의 편린으론 접하기 어려운 맥락과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영화 기초공부와 멀어진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가깝게 다가가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고자 애쓴 집필진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100권 예정이라고 하니 부디 그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간해 목표를 달성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