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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3)

<슈나이더 대 백스> Schneider vs. Bax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 / 네덜란드 / 2015 / 9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암살자는 둘이요, 타깃은 서로다. 살인청부업자 슈나이더는 의뢰를 받고 목표물인 작가 레이먼 백스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백스 또한 그의 방문을 알고 있던 차. 둘은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슈나이더는 저녁에 열릴 자신의 생일 파티를 위해 서둘러 일을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의뢰인의 말과 달리 백스 곁에는 묘령의 여인이 함께 있다. 설상가상으로 순찰 중이던 토지 관리인에게 발각돼 슈나이더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가 새롭게 변장하고 차를 갈아타는 사이, 백스의 집에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들이 드나든다.

네덜란드의 시네아스트,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이 빚어낸 정교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늪지대로 둘러싸인 외딴 방갈로를 중심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밀도 높은 대결이 벌어진다. 슈나이더가 백스의 공간을 포위하며 시시때때로 틈을 노린다면 백스의 무기는 그 순간을 역이용한 한번의 반격이다. 감독은 두 인물을 태운 수평의 시소 위로 동등하게 조력자들을 보태거나 위기를 더하며 정교하게 긴장감을 구축해나간다. 플래시백은 물론이고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사 하나 없다. 그저 대결의 무대만 조명하며 현장감을 부각시킨 서스펜스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을 잡아끈다.

<스파 나잇> Spa Night

앤드루 안 / 미국, 한국 / 2016년 / 9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한국계 이민 2세대 데이빗 가족은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경영난으로 식당이 문을 닫자 데이빗 가족은 작은 방으로 이사를 하고, 데이빗은 학교를 그만둔다. 어머니는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데이빗이 진학 상담을 받도록 해준다. 하지만 데이빗은 룸메이트 에디의 낯선 생활방식, 학교의 어마어마한 수업료에 진학 의지를 잃고 한국식 목욕탕에 일자리를 구한다. 목욕탕은 한국계 이민자들의 희망과 욕망이 교차하는 곳이다. 목욕탕을 드나드는 구세대 이민자들은 현실 적응을 위한 고민을 접어두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에서 위안받는다. 반면 데이빗의 시선에서 목욕탕은 어둠을 타고 성적 지향,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한 계급, 이민자라는 정체성 등을 은근하게 확인해가는 각성의 장이 된다.

<먼 곳으로부터> From Afar

로렌조 비가스 / 베네수엘라, 멕시코 / 2015년 / 93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중년의 게이 아르만도는 아버지로부터 얻은 트라우마로 인해 타인과 맞닿지 않으려 한다. 성적 욕구는 돈으로 산 빈민가 청년 엘더의 몸을 보며 수음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엘더는 자신을 만지지 않는 아르만도를 불쾌하게 여기지만 점점 아르만도에게 물들어가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펄떡이는 청년의 에너지는 중년의 침묵과 고독에 강렬하게 흡수되다 끝내 흘러넘치고 만다. 치기어린 풋사랑으로 감내하기에 아르만도의 오랜 정신적 상실감은 그 뿌리가 너무나 깊고 어둡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부터>는 단순한 구도, 간결한 이동의 촬영으로 대상의 육체와 눈짓을 상세히 담으며 언어로 공유하는 것보다 더 풍부하게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절제된 사운드는 드라마에 현실감을 부여하면서도 일련의 남미영화들과는 상반된 서늘하고 모던한 무드를 유지한다. <먼 곳으로부터>를 기획한 미셸 프랑코의 영향이 강력하게 감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로렌조 비가스의 데뷔작으로 배우 에드가 라미레즈, 영화감독 가브리엘 립스테인, 기예르모 아리아가, 미셸 프랑코가 모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히> Hee

모모이 가오리 / 일본 / 2015년 / 72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의문의 화재로 부모를 잃은 아즈사는 미국으로 건너와 거리의 여자로 살아왔다. 오래전 정신과 의사 사나다는 아즈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아즈사와 다시 만나 그의 살아온 얘기를 듣게 된다. 더불어 경찰은 아즈사를 근래 발생한 방화 살인사건과 엮어 사나다에게 상담 내용을 공개하기를 요구한다. <히>는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단편소설 <>을 영화화한 모모이 가오리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한때 일본영화 속 여인의 얼굴을 대표한 여배우였던 모모이 가오리가 관찰한 여배우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부나비 같은 거리의 여자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모모이 가오리는 감정적 고저를 다채롭게 오가며 격정적인 모노드라마를 완성한다.

<우리 손자 베스트>

<눈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우리 손자 베스트> <눈발> <우아한 나체들>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세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귀여워> <창피해>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김수현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 <우리 손자 베스트>를 만들었다. 집을 나와 고시원을 전전하는 룸펜 청년과 좌파 척결에 한평생을 바친 극우 성향의 노인이 유사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가 돼 벌이는 충돌과 웃음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지극히 현실적인 이들의 만남을 김수현 감독만의 감각으로 어떻게 풀어냈을지가 기대 지점이다. <눈발>은 전주국제영화제와 명필름영화학교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명필름영화학교 1호작으로 조재민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왕따인 소녀 예주와 전학생 민식은 어느새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향한 어른들과 또래의 폭언과 폭력에 자꾸만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듯하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감독이 그곳에서 겪은 자전적 이야기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다. 아픔을 겪고 있는 이를 모른 척하고 문제를 방관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대해 고백하는 작품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쟁을 준비하라>로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루카스 발렌타 리너의 <우아한 나체들>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의 폐쇄된 부촌 마을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주인공 발렌은 우연히 비밀스럽게 운영 중인 나체주의자들의 클럽을 발견한다. 나체주의자들의 충격적인 면면과 함께 현대인의 부조리함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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