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쁜 사람인가?” 아내 바네사(안젤리나 졸리)가 묻는다. “가끔은.” 남편 롤랜드(브래드 피트)가 답한다.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부부로 등장했던 또 한편의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부부의 갈등을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분출시켰다면 <바이 더 씨>는 표출되지 못한 채 곪아버린 부부 관계의 문제를 한없이 느린 템포 속에서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미묘한 감정의 실루엣만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호텔을 찾은 바네사와 롤랜드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불화의 기원은 결말에서 드러나지만 그 원인을 알지 못할 때에도 예민하고 불안정한 두 인물 사이의 마찰과 불협화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불면증을 앓는 바네사와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롤랜드는 한때 잘나가던 무용수와 작가였는데, 두 사람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면서 서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유형의 캐릭터다. 거울과 유리에 비친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는 자신의 슬픔과 비관 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침잠해버리는 일을 기꺼이 마다지 않는 두 인물의, 특히 바네사에게서 두드러지는, 나르시시즘적인 태도와 연관된다. 그러한 연출과 감정선이 보는 이에 따라서 과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이자 각본가인 안젤리나 졸리는 서사에서도 거울 모티브를 비틀어 활용한다. 부부가 호텔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곳을 벗어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롤랜드의 소설은 호텔에 도착한 뒤 시작되어 떠날 때 완성된다. 전반부에서 호텔방을 홀로 지키며 상대를 기다리는 사람이 바네사라면 후반부는 그 반대다. 관계의 역전을 촉발한 것은 옆방의 신혼부부(멜라니 로랑, 멜비 푸포)다. 바네사와 롤랜드는 벽에 난 구멍으로 신혼부부를 훔쳐보는데, 이들의 관음증은 종래에는 자신들의 관계를 반추하는 거울로 기능한다. 영화를 절반으로 접으면 양쪽의 모서리가 거의 딱 맞게 접힐 듯 재단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서사의 아귀를 맞추기 위해 등장한 결말은 오히려 극을 둔탁하게 만든다. 무드로서 어른거리던 부부 사이의 균열과 긴장을 과거의 특정한 사건으로 귀속시켜 평면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