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창간 21주년 기념 특대 1, 2호와 블루레이 패키지, 박찬욱 감독 별책부록은 열렬한 성원 속에 삽시간에 팔려나갔다. 각각 곧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의 별책 카탈로그도 포함돼 있어 두툼했다. 배송상, 비용상의 문제로 <내일을 위한 시간> 블루레이와 박찬욱 감독 별책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본책보다 별책이 더 무거우면 안 된다, 같은 유통상의 제약이 꽤 많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종이 잡지’에의 사랑을 외쳐보았다.
씨네리 때문에 살맛 난다, 알바비 받자마자 정기구독 신청했다, 대담 읽으면서 배꼽 빠졌다, 장영엽 기자 예쁘다, 김현수 기자 극혐이다, 같은 SNS 반응도 꼼꼼히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다. 바로 CGV의 임권택, 안성기관 개관과 함께한 수많은 영화인들의 1051호 단체 표지에 대해 “표지에 남녀 성비율이 23 대 3”이라며 “너무 심하게 불균형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얘기한 한 독자분이었다. 2008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특집(661호)을 했던 때도 떠올랐다. 김성수, 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감독 등에게 가장 좋아하는 레오네의 영화와 그 이유에 대해 물었었다. 딱히 SNS가 활발하지 않던 그때, 심지어 사무실로 전화까지 왔었다. 기사 잘 봤다는 얘기를 듣겠거니 했다가 전화선 너머 목소리에 그만 얼어버렸다. “왜 세르지오 레오네 좋아하는 여자 감독 멘트는 없는 거죠?”
굳이 두 일화를 떠올린 것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표지 촬영 때 성비율이 23 대 3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해 남자 감독들의 이야기만 들은 이유에 대해서는 팩트와 오프더레코드를 섞어 적당히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의문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1052호 <계춘할망> 윤여정, 김고은 표지를 보고 있자니 참 좋다. 여자가 아니라 ‘여자들’이 등장하는 표지로는 진정 얼마 만인가 싶다. 솔직히 1년 내내 남자나 남자들 표지만 하고 있다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기에 더 그렇다. 지난 1년간 <씨네21>도 줄곧 페미니즘과 LGBT 이슈를 따라가려고 했거니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모 개그맨, 모 정당의 선거송을 부른 모 밴드, 과거의 일로 뮤지컬에서 하차한 모 가수 등을 보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여전히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테마다. 올해도 페미니즘, 여성영화 등 더 많은 얘기들을 풀어놓으려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