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스(시얼샤 로넌)에게 아일랜드는 너무도 좁다. 일자리가 모자라 현재 일하는 작은 식료품점 점원 자리가 불만족스러워도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 식료품점이 드물어 주인은 손님 머리 위에서 놀고, 손님은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주인의 불친절한 응대에도 불평 한마디 못한다. 무도회에서 이뤄지는 남녀관계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다. 안타깝게도 에일리스는 ‘빈’쪽에 속한다. 에일리스를 끔찍이 아끼는 언니 로즈는 동생을 위해 그녀가 브루클린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나선다. 끔찍한 뱃멀미를 겪은 채 당도한 꿈의 도시 뉴욕은 꿈에 그리던 도시라기보다는, 꿈을 이루려면 그에 합당한 조건이 필요함을 일깨우는 곳이다. 아일랜드인의 하숙집에 머물며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게 된 에일리스는 손님을 응대하고 친분을 쌓는 사교성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점차 깨닫는다.
에일리스가 브루클린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에일리스는 하숙집의 식사 자리에서, 매장에서 항상 누군가의 시선하에 놓이며 그 시선은 그녀에게 뉴욕의 삶에 걸맞은 매너를 익힐 것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그녀가 일에 적응하게 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과 일 모두 타인의 시선을 적절히 이용하는 법을 터득해야 가능한 것이기에, 일과 사랑에서의 성공은 그녀가 브루클린의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성장기가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주인공을 통해 교차하며 드러나는 뉴욕과 아일랜드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이민자들의 커뮤니티가 발달하고, 타지인을 끌어모으는 브루클린은 고향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버린다. 돈을 벌어 귀국하는 대신, 그 자리에 눌러앉게 하는 것. 이것은 브루클린의 장점이자 무시무시한 점이기도 하다. 에일리스는 연인인 토비의 어깨에 기댄 채 이제는 자신의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읊조린다. 콜럼 토빈의 동명 원작 소설을 소설가이자 시나리오작가인 닉 혼비가 각색했다. <보이 A> <프라이버시> 등 선택과 적응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존 크롤리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제69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