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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상식이 뒤집어졌다”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6-04-13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 만든 김동빈 감독

4월14일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한다. 영화는 참사 피해자의 아버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말해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중에는 오보와 자극적인 보도로 얼룩진 한국 언론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현직 언론인, 실험과 연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학자, 세월호 승무원들의 노동 현실을 꼬집는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 정책위원 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업사이드 다운>은 탐사보도형 다큐멘터리로 참사의 원인 규명에 접근해간다. 재미동포인 김동빈 감독과 세월호 참사를 재조명하려는 사람들이 재능기부로 완성한 영화다.

-미국 보스턴에서 나고 자랐다. 어떻게 멀리 한국 땅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됐나.

=2년 반을 들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Vermont Fallen>의 제작을 막 끝낸 무렵이었다. 그때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인터넷으로 구조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이 안 돼 오보인 게 드러났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재능기부자들이 촬영, 편집, 음악 등 모든 제작 파트를 나눠서 만들었다.

=제작을 하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검색해 이 작업에 동참할 사람들을 찾았다.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테니 함께 만드는 게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 3일 만에 8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그중 최종적으로 25여명이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재연 작가님, 곽영권 음악감독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방송, 영상쪽 일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 학생들이다.

-세월호 참사의 어떤 면을 주목하자고 의견 일치를 본 건가.

=울지 않는 다큐멘터리가 돼야 한다, 정치적 지향이 어떻든 누구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이것은 이렇다’라는 식으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계기로서의 다큐멘터리를 지향했다. 그리고 내가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인 한국 언론의 충격적인 보도 태도만큼은 꼭 조명해야 했다. 세월호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시종 건조한 톤의 인터뷰로 진행되며 유가족들의 감정이나 참사 현장 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최소화했다.

=세월호라는 이름만으로도 슬프다. 영화가 먼저 감정적으로 울어버리면 관객도 울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끝날 것만 같았다. 대신 우리는 조목조목 이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는 쪽을 택했다. 기존 언론들이 어땠나. 충격적인 장면을 앞다퉈 전하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지 않았나. 적어도 그렇게는 가고 싶지 않았다.

-네분의 유가족 아버지들을 섭외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국회에서 머물면서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했지 카메라부터 들이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부모님들께서 “너 왜 안 찍냐?”고 할 정도였다. (웃음) 그 뒤 촬영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어머니든 아버지든 아픔을 간직한 그 마음은 똑같았다. 다만 말 한마디도 떼기 어려워하시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게 된 것 같다.

-CBS 변상욱 대기자,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해외 저널리스트, 현직 교사들, 민간 다이버 등 인터뷰이들이 상당히 다양하다.

=해외 언론인은 한국에 오기 전에 찍었다. 뉴잉글랜드 탐사보도센터 센터장인 조 버간티노 기자는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에 나오는 <보스턴 글로브>에서도 일했던 분이다. 퓰리처상 후보이기도 했던 테드 겁 에머슨대학 언론학과 학장과도 만났다. 한국에 와서는 작가님과 리서치를 전담해준 분들의 노고가 컸다. 세월호 승선원들 중 비정규직도 상당해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 정책위원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놈 촘스키 교수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드렸지만 사건을 충분히 몰라 학자로서의 양심상 인터뷰는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해오셨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의 인터뷰가 있는데 이와 함께 새누리당 의원도 넣으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해경과 청해진 해운쪽도 담당자가 해외 연수 중이라며 거부하더라.

-전국 극장 개봉을 위한 소셜 펀딩으로 목표치 2천만원을 137% 초과 달성한 2755만원이 모금됐다.

=제작을 위해 세번, 개봉을 위해 한번 펀딩을 진행했다. 팀원으로 함께 작업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큰 위안이 된다.

-‘뒤집어지다’라는 의미의 ‘업사이드 다운’을 제목으로 택했다.

=세월호가 뒤집혔다. 그로부터 이 사회의 상식이 뒤집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함을 느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버린 이 사회의 나쁜 습관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업사이드 다운>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세월호 참사를 계속 이야기해가야 한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다이빙벨>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 배급한 시네마달 김일권 PD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집약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다큐멘터리를 배급하는 사람으로서 뭐든 해야 했다. <다이빙벨>(2014)을 시작으로 <나쁜 나라>(2015), <업사이드 다운> 등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개봉해오고 있다. 물론 각각의 영화들이 참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줬느냐고 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피해 당사자들, 유가족들이 발언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 통로가 너무 없다. 극장이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간 세월호 관련 작품을 상영하는 데 외압도 심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대형 배급사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언론의 취재 빈도도 현격히 줄었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세월호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더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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