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 오디션 프로그램 최고 수혜자는 누굴까? 갑론을박은 있겠지만, 버스커 버스커(Busker Busker)는 반드시 상위권에 넣어야 한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2010년대 절대 음원 강자로 부상한 밴드의 중심에 장범준이 있다. 그는 작곡과 작사, 편곡을 책임지며 버스커 버스커의 색깔을 만들었다.
2014년 발표한 솔로 1집 음반 이후 햇수로 2년여 만의 귀환작 《장범준 2집》은 크게 두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첫 CD에는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함께한 황인형과 이규형이 ‘장범준 트리오’로 합류해 작곡과 작사, 편곡에 고루 참여한 아홉곡이 들어 있다(추천곡은 <자장가를 활용한 신곡>). 전자악기를 배제한 언플러그드(unplugged) 컨셉의 여섯곡이 두 번째 CD를 이룬다(추천곡은 <봄비>). 장범준은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보컬을 되도록 한번의 호흡으로 마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온전한 새로움이나 실험 요소가 드물고, 누가 들어도 단번에 흥얼거릴 수 있는 대중성이 감점 요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한류와 K팝의 시대, 후크송 열풍과 뜻모를 가사, 유행이라면 일단 섞고 보는 대중가요 시장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모던록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왜 나는 장범준이 만든 음악에 습관처럼 손이 갈까? ‘가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처음 만날 때의 두근거림, 헤어짐과 상처, <벚꽃 엔딩> 때문인지 몰라도 계절과 풍경이 스며든 정서가 장범준의 목소리에 담겼다. 음미할 수 있는 노래가 현저하게 적은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이 열살 정도 나이를 더 먹고 자기 세대의 음악을 추억할 때 은근히 생각날 그런 가사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