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즈>가 개봉 4일 만인 지난 3월30일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 다양성영화로 분류된 <하이-라이즈>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관객수 1만명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하이-라이즈>는 톰 히들스턴 주연작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만 사실 꽤 난해한 영화다. 매우 논쟁적인 작품인 <하이-라이즈>를 관객 유형으로 분류해 추천 지수를 매겨보았다.
1. 나는 톰 히들스턴의 광팬입니다 → 추천 지수 50% 톰 히들스턴은 <하이-라이즈>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히들스턴이 연기하는 닥터 랭은 대체로 깔끔한 수트 차림이다. 히들스턴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발코니에서 홀딱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은 히들스턴 팬에겐 축북과도 같은 장면일 것이다. 물론 가릴 곳은 다 가렸지만. 페인트를 뒤집어쓴 히들스턴의 클로즈업된 얼굴도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히들스턴의 광팬이라면 <하이-라이즈>를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초현실적이고 난해한 스토리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이-라이즈>의 벤 웨틀리 감독은 광기에 휩싸인 아파트 주민들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될 확률이 높다.
2. 나는 J.G. 발라드의 광팬입니다 → 추천 지수 80% 국내에서 영국 소설가 J.G. 발라드의 인지도는 높지는 않다. 그는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하이-라이즈>는 발라드가 1975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 소설은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컬트 소설로 분류된다. <콘크리트 아일랜드>, <무한 꿈 주식회사>와 함께 콘크리트 3부작이라 불리기도 한다.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문학수첩에서 출간한 원작 소설을 본 발라드의 팬들이라면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발라드의 소설 중 영화화 된 작품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1996)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1989)이 있다. <하이-라이즈>의 제작자 제레미 토마스는 <크래쉬>의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다.
3. 나는 톰 히들스턴과 J.G. 발라드의 광팬이자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알고 있습니다 → 추천 지수 100% <하이-라이즈>는 수직화된 <설국열차>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이-라이즈> 속 고층 아파트는 계급에 따라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로 구분되어 있고 각 층별로 나뉘어진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이-라이즈>의 이런 설정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노출 콘크리트의 고층 빌딩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로열은 (이름 자체가 벌써 왕족) 빌딩을 만든 건축가다. 그는 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살면서 빌딩을 통해 모더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모더니즘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모습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는 1935년에 발표한 <빛나는 도시>(La Ville radieuse)에서 반듯한 사거리가 있는 도로, 콘크리트로 만든 고층 아파트, 거대한 공원 등이 있는 매우 기능적인 도시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념을 받아들인 영국의 건축가들 역시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을 건설했다. 이들의 건축양식을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 부른다. 이런 건물은 이제 도시의 흉물로 변하고 있다. 벤 웨틀리 감독은 이런 영국의 브루탈리즘 건물을 참고해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참고한 건축물은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글래스고에 있는 ‘레드 로드 플랏츠’(Red Road Flats), 런던의 ‘바비칸 센터’(the Barbican Centre), ‘버밍엄 중앙 도서관’(Birmingham's Central Library) 등의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 건물에 접근할 수 없었다. 철거됐거나, 너무 혼잡하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