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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미소를 안기는 영화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
문동명 2016-04-06

철물점 주인 로베르토(리카르도 다린)는 그의 속을 긁는 이들에게 화를 내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력적인 이웃 마리(뮤리엘 산타 안나)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건조하게 반응하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 거리에서 한가롭게 술을 마시던 로베르토는 무일푼의 중국인 준(이그나시오 황)을 만나게 되고, 그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평소답지 않게 준의 친척을 찾아주기로 한다. 팔뚝에 적힌 주소는 물론 경찰과 대사관까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이에 로베르토는 준과 함께 지내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은 코미디를 표방하되 폭소보다는 잔잔한 미소를 안기는 영화다. 두 주인공 사이 소통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해 준의 말은 번역하지 않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낯선 관계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넓혀가는 명랑함은 줄곧 유지된다. 사소하게나마 로베르토와 준의 거리를 좁히는 자극적인 사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친밀함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는 건 바로 느리게 퍼지는 온기 덕이다. 아르헨티나와 중국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두고 굳이 이야기를 부풀리지 않는 방식도 말끔한 뒷맛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무뚝뚝하지만 결국 상냥하게 발벗고 나서서 준을 돕는 로베르토의 매력은 리카르도 다린의 근엄한 얼굴에서 충분히 발현된다.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는, 로베르토가 기사를 스크랩하고 멋대로 상상한다는 설정을 활용해 기상천외한 사건을 재현하는 양념이 가미돼 위트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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