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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스틸 플라워>
이주현 2016-04-06

소박한 살림살이가 담긴 캐리어를 끌고 하담(정하담)은 걷고 또 걷는다. 셋방 전단지에 잠시 눈길을 주기도 하고 재빠르게 빈대떡집으로 들어가 손님이 먹다 남긴 빈대떡을 챙겨오기도 한다. 밤이 되면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버려진 빈집에 몸을 누인다. 아침이 되면 다시 길을 나선다. 떨어진 운동화 밑창은 본드로 잘 붙이고, 일을 하러 나선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세탁소와 술집의 문을 두드려보지만 사회성이 떨어져 보이고 전화번호와 주소를 가지지 못해 이력서의 연락처란을 채우지 못하는 그녀를 채용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하담은 자신에게 일감을 주는 횟집 주인을 만난다. 일을 하고 대가를 지불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탭댄스 학원의 풍경이 하담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탭슈즈를 신고 스텝을 밟는 그녀는 조금 행복해 보인다.

<스틸 플라워>는 강철(steel)처럼 단단한 꽃(flower)이 되어가는 홈리스 하담의 이야기다. 영화는 하담에 대한 정보를 단편적으로만 제공한다. 그녀가 홈리스가 된 사정은 생략되어 있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 <들꽃>(2014)을 보았다면 캐릭터의 이름과 연기하는 배우가 같기에 <들꽃>의 열여섯살 가출소녀 하담과 <스틸 플라워>의 하담을 연결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들꽃> 속 소녀 하담의 근미래가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연결짓지 않아도 상관없다. 세상이 그녀를 받아들이고 밀쳐내는 현재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먹고, 자고, 일하는 문제. 그 기본적인 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하담은 절망과 낙담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오히려 전투적이다.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일식 술집을 찾은 하담은,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를 해보라는 요구에 무섭도록 크게 “이랏샤이마세”를 외친다. 그건 “일하고 싶어요”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횟집 사장의 애인에게 머리끄덩이가 잡혀 바닥에 팽개쳐졌을 때도 그녀는 물리적 아픔을 호소하는 대신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슬픔의 눈길을 보낸다. 하담이 한밤의 거리에서 추는 탭댄스는 그래서 아름답지만 아릿하다. 캐릭터와 하나된 정하담의 대담한 연기와 박석영 감독의 진정성 있는 연출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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