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과 슈퍼맨이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장신의 근육질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선 순간, 연출된 퍼포먼스임을 알면서도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운을 뗀 두 사람은 대결 상대답게 은근한 경쟁심도 감추지 않았다. 벤 애플랙의 배트맨과 헨리 카빌의 슈퍼맨. 앞으로 두 히어로의 이름 앞에 고유명사처럼 거론될 것 같은 믿음직한 슈퍼히어로의 등장이다.
-새로운 배트맨의 등장이다.
=벤 애플렉_코믹스 원작이라고 가볍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스스로 엄격하고 진지하게 임했다. 워낙 오래 지속되어온 전통적인 캐릭터다. 독자적인 해석보다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확고한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다시 한번 슈퍼맨이 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헨리 카빌_근육을 키웠다. (웃음) 벤 애플렉과 상대해야 한다는 게 영광이면서도 압박이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 헬스장에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슈퍼맨의 파워는 매우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내가 진짜 이런 존재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을 자주 동원했다. 게다가 무려 벤 애플렉과 대결해야 하니 육체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노력도 필요했다. 감독님의 요구에 맞춰 영화 전체의 조화를 깨지 않는 게 중요했다.
-크리스천 베일의 배트맨과 비교를 피할 수 없을 텐데.
=벤 애플렉_크리스천 베일의 존재는 더욱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는 동력 중 하나였다. 동료 배우로서 존경해 마지않는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이전과의 차이라면 좀더 나이 들고 지친 상태라는 점이다. 전성기를 지나 심리적으로 은둔상태에 들어간 배트맨이다. 노련해진 만큼 더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이번 작품은 <맨 오브 스틸>의 연장이다. 이전의 슈퍼맨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
=헨리 카빌_캐릭터의 근간은 변함이 없다. 슈퍼맨은 희망의 상징이고 모두의 영웅이며 이상적인 존재다. 다만 그간 영화를 통해 선보인 슈퍼맨은 슈퍼맨의 일부분이다. 슈퍼맨은 생각 이상으로 방대하고 복잡한 캐릭터다. 코믹스에서 표현된 풍부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녹여내고 싶었다. 변화된 세계에서 슈퍼맨은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히어로 코스튬을 한 상대를 서로 바라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
=벤 애플렉_말 그대로 슈퍼맨이 눈앞에 서 있다. (웃음)
헨리 카빌_벤이 슈트를 입으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위압감이 넘친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벤 애플렉이 배트맨이라는 점이다. 벤이 운동을 엄청나게 하는 바람에 나도 뒤지지 않으려 애썼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빗속에서 대결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트맨의 기계슈트가 워낙 무거워서 자주 넘어졌다. 덕분에 현장에 웃음꽃이 폈다. (웃음)
벤 애플렉_덧붙이자면 원더우먼이야말로 우리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헨리 카빌_맞다. 갤 가돗은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원더우먼 그 자체였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