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홍대 명월관은 한국 클럽의 전설이다. 젊은 층의 밤문화가 ‘부킹’ 나이트클럽에서 ‘테크노’ 클럽으로 전환되던 한복판에 명월관이 있었다. 지금은 대형 클럽의 음악감독이 된 1세대 디제이들이 대부분 이곳을 거쳤다. 명월관 없이 한국 클럽의 역사는 제대로 기술될 수 없다.
명월관은 ‘일반음식점’ 허가로 운영돼왔다. 일부 지적처럼 ‘세금 아끼려’ 그랬던 게 아니다. 주거 지역이라 1종 유흥업소 허가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갈등의 불씨였던 이 난관을 해결하고자 마포구가 팔을 걷었다. 특별조례를 만들어 일반음식점 허가로도 클럽 영업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마냥 좋은 변화는 아니었다. 허가의 전제가 ‘1종에 준하는 안전시설을 갖출 것’이었기 때문. 소방, 전기 등에 대대적 개조가 필요했다. 명월관은 안타깝게도 그런 큰돈을 갑자기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자 클러버들이 나섰다. 명월관을 지키자며 ‘자력갱생’ 파티에 참석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냈다. 이 의미 있는 행사가 지난 3월4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열렸다. 취지는 진중했지만 분위기는 즐거웠다. 여느 때처럼 술 취해서, 춤 추고, 웃고, 떠들고 노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참 좋았다. 명월관다운 기부 파티였다. 그냥 천막을 치고 가정용 오디오 수준의 사운드 시스템을 갖다놨는데 사람들이 정말 재밌게 놀았다. 특히 요즘 클럽들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많았다. 패션 피플이 셔플 밟는 오타쿠와 하나돼 노는 것, 지나가던 외국인이 같이 춤추는 것, 하우스와 트랜스가 한 클럽에서 나오는 그런 풍경 말이다. 이 모습이 끝까지 지켜지도록, 명월관이 앞으로도 굳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