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이슈에 대해서는 조종국 편집위원, 김성훈 기자의 이번호 기획 기사를 참조하면 좋고 읽어볼 만한 지난 기사들도 많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까지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지 싶다. ‘일부 수도권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부산시의 주장과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나 지금이나 부산 시민의 품에 있다. 그것을 ‘가카’의 품으로 안겨주려는 사람이 다름 아닌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그런데 그 가카가 천년만년 가카일까. 이건 비아냥대는 얘기가 아니라 진심어린 충고다. 자, 며칠 전 서병수 시장 앞의 부산시장이었던 허남식 전 시장이 부산 사하갑 공천에서 김척수 예비후보에게 밀리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3선 시장 출신과 초선 시의원 출신이 맞붙으면서 대부분 허남식 전 시장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허남식 전 시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부산시장이자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다. 가장 큰 패배 이유로 ‘서부산 홀대론’이 꼽힌다. 시장 재임 시절 부산국제영화제로 대표되는 해운대 등 동부산은 발전시키고, 가덕신공항 유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면서 서부산을 낙후시켰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서병수 시장은 공들여 쌓아올린 동부산마저 와르르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솔직히 해운대구가 마치 ‘부산의 강남’처럼 될 수 있었던 데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당장 올해부터 이미지를 구겨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다면 과연 지금의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게다가 부산 지역 <국제신문>에 따르면(2015년 9월8일자, ‘문화판 흔드는 관치-계속되는 인사잡음 왜?’), 서 시장 취임 후 부산의 문화예술을 주도하는 기관장이 거의 다 바뀌었는데 모두 전문성과 자격 문제가 불거졌다. 시의 원칙 없는 인사와 매끄럽지 못한 행정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에 관해서는 ‘서 시장의 측근인 A교수가 부산영상위원회 신임 운영위원장에 내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번호 국내뉴스도 참조하시라.
그리고 어느덧 부산은 새누리당 안전지대가 아니다. 서 시장의 지난 국회의원, 시도지사 선거 등의 득표율 추이를 보자. 2008년 국회의원(해운대구기장군갑) 선거 65% → 2012년 국회의원(해운대구기장군갑) 선거 55.5% → 2014년 부산시장 선거 50.7%로 무려 5% 정도씩 뚝뚝 떨어지고 있다. 바로 앞선 부산시장 선거에서 49.3%의 오거돈 후보와 진땀나는 승부를 펼쳤다. 다음에 시장으로 나서건 국회의원으로 나서건, 또 5%가량 떨어진다면? 또 허남식 전 시장은 ‘친이’였고 서병수 현 시장은 ‘친박’이다. 허 전 시장은 과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서 시장에게도 친박에 목숨 걸다 나중에 쪽박 찰지도 모른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끝으로, 과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구청장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서 시장과 지금 모 구청 부구청장으로 잘나가고 계신,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최초로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 전 문화관광국장 모두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데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과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런 게 진짜 ‘배신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