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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공적 기록으로 재구성한 4월16일
이다혜 2016-04-01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펴냄

해마다 봄이 되면,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한척이 가라앉고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이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처음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어느 오전이 떠오른다. 뉴스 속보의 ‘전원구조’라는 말에, 하던 일로 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이후 죄책감이 되어 납처럼 가라앉았다. 뒤이어 아주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고,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잊지 않겠다는 이들을 위해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 쓰였다. 독자적 조사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기록과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한 결과이며, 세월호 도면, 침몰에 이르는 시간의 상세한 타임라인(세월호에서 온 카카오톡이며 통신 기록으로 만들어낸), 출동 주도 세력, 항로, 세월호 선장과 선원(2016년 2월 기준의 재판결과 포함), 해경 지휘와 교신 담당자들,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인허가 및 관리감독 기관까지 표가 실렸다.

표 이후에는 1부 ‘그날, 101분의 기록’과 2부 ‘왜 못 구했나’로 크게 나누어 당시 기록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사건 경위를 구성했다. 부록으로는 TRS(해경 지휘부가 구조 세력과 교신하는 주요 수단) 녹취록을 둘러싼 의문과 해경의 거짓말이 실렸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온전히 자료의 힘으로 밀고나가는 논픽션이다. 세월호에 대해 이미 출간된 많은 책들이 분노와 눈물로 젖어 있었다면, 이 책은 건조하지만 확실하게 나를 ‘그날’ 출항이 늦어진 세월호 때문에 혹시나 수학여행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하는 단원고 학생들의 카톡방으로 초대했다. 오타까지 그대로 실렸다. 배에 탑승했던 사람들 이름이 거론될 때는 나이와 생존 여부가 병기됐다. 학생 생존자들의 경우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록은 몹시 잔인하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 겨우 살아난 학생이 해경의 손에 끌어올려지며 들은 대화는 “존나 늦게 올라오네, 씨발. 이 새끼 존나 무거워”다. 친구의 입술이 저체온증으로 파래져서 어떻게 해야 하나 묻는 말에는 “물이나 갖다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진짜 고통스러운 기록은 2부에 있고, ‘구조 계획 없는 구조 세력’은 읽는 내내 뭘 읽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영영 알지 못하겠다는 혼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공판기록을 통해 어떤 추궁과 해명이 오갔는지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이 책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더 물어야 할 질문들, 하지만 아마도 대답되지 않을 질문들에 대해, 우리 모두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쓰였다. 제대로 된 기록만이 우리를 망각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더불어,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먼저 울지 않음으로써 읽는 자를 불면으로 몰고간다. 산 자여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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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기록으로 재구성한 4월16일 <세월호, 그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