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파인즈>로 한국에 첫선을 보인 <웨이워드 파인즈> 3부작이 최근 마지막 권 <라스트타운>으로 시리즈를 완결했다. 지난해 7월 2권 <웨이워드>가 발매되고 3권이 나오기까지 불과 7개월의 간격이 있었지만, 상황은 그 시간보다 더 뚜렷하게 바뀌었다. M. 나이트 샤말란이 총제작(과 파일럿 연출)을 맡고 맷 딜런이 주인공 에단 버크를 연기한 드라마 <웨이워드 파인즈>가 기대를 웃도는 인기를 얻었고, 소설 3부작 역시 드라마와 장르소설 팬들의 성원으로 발간 당시보다 훨씬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사라진 동료를 찾던 중 정신을 잃고 낯선 마을에 도착한 에단 버크가 마을을 휘감고 있는 수상한 기운을 추적해나간 시리즈는 <라스트타운>에서 그동안 꽁꽁 감춰놓았던 어마어마한 비밀을 죄다 풀어놓는다. 3부가 신을 거스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구약전서의 욥기 구절을 인용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점은, 이 대장정의 키를 결국 에단과 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대의로 마을을 장악해 자유를 제외한 모든 걸 제공하는 필처 박사가 쥐고 있음을 가리키는 지표다. 마을의 수상한 진실을 파헤친 에단이 드디어 필처와 전면으로 대립하는 대단원인 만큼 <라스트타운>은 가능한 한 모든 걸 보여준다. 데이비드 핀처의 클래식 <트윈픽스>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스릴러, SF, 괴수물 등 수많은 장르의 외피를 곳곳에서 선보이며 마지막을 기다려준 독자들에게 극한의 재미로 보답한다.
박진감은 잘게 나뉜 챕터들의 제목으로도 잘 나타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이 골고루 등장하다 피날레에 가까워지면서 에단이라는 제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이는 정확히 소설의 우주 웨이워드 파인즈가 부서져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한편 <웨이워드 파인즈> 방송사인 <폭스>는 올해 중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을 방영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원작이 끝난 상태에서 만들어질 속편인 셈. 아마도 시즌2는 단 한 문장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원작의 결말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극한의 재미로 완성된 3부작
그러다 아주 짧은 순간 그녀는 테디의 얼굴을 마음에 담았다. 정면은 아니고 옆얼굴이었다. 늦은 오후의 햇빛이 얼마 안 남은 그의 머리칼과 금테 안경을 반짝반짝 비추었다. 그는 폭포 너머로 지는 해를 지켜보고 있었다. 흡족한 표정. 바로 그 순간, 그녀도 같은 심정이었다.
‘테디.’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46쪽)
하슬러는 괴물을 지겹도록 많이 봐왔지만, 주로 망원경을 통해서 본 것이었다. 먼 거리에서.
들키지 않고 이토록 가까이에서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놈의 심장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투명한 피부를 통해 심장 근육이 파닥파닥 뛰는 모습이 들여다보이고, 혈관으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자줏빛 굵은 혈관이 몸통 중앙에 있는 덩어리로 모여든다. 모든 신체 기관이 석영 판을 놓고 관찰하듯 약간 흐릿하게 윤곽을 드러낸다.(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