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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문학+생물학으로 본 노화
이다혜 2016-03-17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 서해문집 펴냄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데이비드 실즈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서 나이든 아버지를 바라보는 중년 남성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을 적었다.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수많은 침상 곁에 서본 경험을 바탕으로 노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실감나게 썼다. 생물학자인 조너선 실버타운은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을 통해, 다소 인간이라는 생물의 죽음과 늙음을 묘파했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은 문학과 생물학을 결합해 노화를 다룬다. 흥미로운 인용구로 독자의 긴장을 뺀 뒤 진지한 연구 결과로 끌고 간다. 기대수명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2000년 이후 부자 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100살까지 살 수 있으리라고 한다. 장수촌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는 다소 놀랍다. “아주 늙으면 노화가 멈춘다.” “110~119세인 미국 초백세인의 40퍼센트가 혼자서 살 수 있거나 최소한의 도움만 필요할 만큼 건강하다는 것이다.” 장수할 수 있는 생활습관에 대해서도 귀띔한다. 바로 식사제한(소식)인데, 적게 먹는다고 될 정도가 아니라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우디 앨런이 “100세까지 살고 싶으면 100세까지 살아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기하면 된다”라고 했다는 말이 인용되는데, 부정하기는 힘들겠다.

‘자살’이라는 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생물학에 집중하고 있다면(자연에서는 생식이 죽음의 전조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 패턴을 단회번식이라고 부른다. ‘자살’이라는 장은 인간이 기대수명과 무관하게 살기를 그만둬버리는 행위와 무관하다) ‘속도’라는 장은 뮤지션과 그들이 27살에 맞는 죽음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음악인이 20~30대에 죽을 확률이 전체 인구보다 두세배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빨리 살고 일찍 죽는다는 말을 진짜로 받아들여도 될까? 삶의 속도(더 정확히는 대사 속도)와 수명은 비례 혹은 반비례 관계에 있을까? 성체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의 여부는 수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속도는 이미, 충분히, 매우 느리다. 이 책에서는 인간을 다른 동물, 곤충들과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재미는 이런 연구 결과들에 있지만, 생물학에 관심이 없다면 같은 주제의 다른 책들을 참고하는 쪽이 가독성은 높을 것이다.

곤충이나 동물과 비교해 수명의 길고 짧음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즉 인간세계에서의 장수 여부를 놓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수명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소득 불평등의 여부다. 부와 수명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주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경향이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생물학자만이 노화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우주의 일, 하지만 장수는 인간이 손쓸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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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생물학으로 본 노화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