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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캐던 끝에 만난 반전 <이니시에이션 러브>

1987년, 여자친구 한번 사귀어본 적 없는 수줍은 청년 스즈키(마쓰다 쇼타)는 우연히 나간 미팅에서 만난 청순한 여대생 마유(마에다 아쓰코)에게 첫눈에 반한다. 스즈키의 순수함에 마유도 점점 사랑을 느끼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스즈키가 도쿄에 취직하면서 장거리연애를 하는 둘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져가고, 자신만을 기다리는 마유를 두고 스즈키는 직장 동료 미야코(기무라 후미노)에게 마음을 빼앗겨간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영화의 말미에 있을 ‘큰 비밀’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이것이 관객에겐 ‘스포일러 주의’라기보다 이제 곧 시작될 이야기의 ‘비밀’을 한번 찾아보라는 도발로 다가온다.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다.

영화는 스즈키와 마유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전반부 ‘Side-A’와 도쿄로 전근 간 스즈키가 미야코와 마유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삼각관계를 담은 후반부 ‘Side-B’로 나뉘는데, 마지막 반전을 제외한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런데 관객은 앞서 이야기한 도발적 ‘자막’ 때문에 느긋하게 ‘사랑 이야기’를 즐길 틈이 없다. 어수룩한 ‘비인기남’ 스즈키와 사랑에 빠진 ‘인기녀’ 마유의 속내도 의심스럽고, 다짜고짜 스즈키에게 접근하는 미야코의 행동도 어쩐지 너무 뻔해 어색해 보인다. 이 영화가 종잡을 수 없는 상상력을 갖춘 일본영화라는 사실도 관객의 상상의 범위를 넓히는 데 한몫한다. 오히려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하며 비밀을 캐던 끝에 만난 반전이 다소 싱겁게 느껴질 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극의 긴장감은 실제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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