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집을 떠난 형 진상(안보현)은 건달이 되어 돌아와 동생 진호(이호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가수지망생인 진호는 오디션을 보러 서울에 있는 누나 혜진(강성미)의 집으로 상경한다. 형제가 우애를 회복하는 과정이 중심이어야 할 <히야>엔 잔줄기가 너무 많다. 사기꾼을 쫓는 형사의 추적기이자 불우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분열된 가족이 화합하는 가족드라마이자 진창에 빠진 남자가 행복을 되찾는 역전극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줄기들이 산만하게 퍼져 있는데 특정 장면을 찍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모든 장면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특정 장면’들은 대개 불쾌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연출의 바탕엔 시대착오적인 젠더 의식과 폭력적인 가족주의가 깔려 있다. 일례로, 바람난 매형으로부터 혜진을 데리고 나온 진상은 혜진에게 “남자가 살다보면 바람 한두번 피우고 그러는 거다. (…) 누나가 이렇게 거지같이 입고 다니니까 매형이 바람이 나지”라는 말을 던지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혜진을 꾸며준다. 부부는 멀끔한 모습으로 만나 사랑을 회복한다. 감독은 <히야>의 연출 의도에 “가족의 사랑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했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며 괴이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콩가루 집안에서 어떤 사랑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덧붙여, 첫 주연으로 영화 데뷔한 두 배우를 아름답게 담으려 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내용과 무관하게 배우를 전시하기만 하는 건 낭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로 과유불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