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던컨에서 태어난 론 하워드는 77년 <거대한 도난차>로 감독 신고식을 치른 이래 <우리 아빠 야호> 같은 코미디물에서부터 휴먼 드라마 <코쿤>, 액션물 <분노의 역류>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에서 재능을 발휘해왔다. 특히 95년 <아폴로 13>을 아카데미 9개 부문에 올려놓은 뒤 편집상과 음향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그해 미국 영화감독조합으로부터 최우수감독에 지명됐다. 올해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전기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선보인 론 하워드는 지난 9일에도 미국 영화감독조합이 선정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의 기대를 부풀렸다. 54년 역사상 이 상을 받은 감독이 오스카상을 차지하지 못한 사례는 본인을 포함해 5차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도 론 하워드만 두번씩이나 예외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예상대로 감독상과 함께 작품상까지 안겼다. 그러나 아카데미로만 따지면 론 하워드는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라 단번에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행운아이다. 영화와 론 하워드의 인연은 잉태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부모인 랜스 하워드와 진 하워드가 바로 배우였던 것. 5세 때 율 브리너 주연의 액션영화 <여행>에얼굴을 내밀었으며 6살 때부터 TV 시리즈물 <앤디 그리피스> 쇼에 고정출연해 60년대 최고의 아역스타로 떠올랐다. 그 뒤 감독으로 변신해 승승장구했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85년 자신이 연출한 <코쿤>에서 배우로 활약,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아폴로13>이나 <뷰티풀 마인드>처럼 역사적 사실을 긴박한 드라마로 꾸미는 데 천부적 솜씨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괴사건이라는 평범한소재의 <랜섬>에서도 아버지가 아들 몸값을 범인 현상금으로 내건다는 설정을 도입해 비범한 이야기로 만드는 솜씨를 발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