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영화계 촌지 수사가 일단락된 가운데 영화인들이 ‘자정 결의문’을 내놓아 주목된다. 영화인회의는 3월20일 ‘관객 여러분, 능력과 실력으로 인정받는 영화계가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번 일은 우리 영화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미처 청산하지 못한 일부 전근대적인 관행의 잔재였다”면서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것”임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3월14일 영화기자들을 상대로 1999년부터 4620만원의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CJ엔터테인먼트를 불구속 기소하고 튜브엔터테인먼트, 명필름, 싸이더스 등의 영화사는 약식 기소했다.이번 수사로 약 2천만원을 배임수재한 혐의가 밝혀진 신문사 전직간부 1명이 구속되고, 8명의 전·현직 간부와 기자가 불구속기소되거나 약식기소된 4개 스포츠신문사 역시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대기발령, 감봉 등의 조치를 취해 자체적인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검찰의 영화사 압수수색으로 불어닥친 충무로 ‘촌지파동’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촌지 수사가 그동안 뿌리깊은 관행으로 굳어져왔던 만큼, 이런 ‘뒷거래’가 언제든 다시 오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영화인들의 결의가 반짝선언이 되지 않기 위해, 언론인들의 책임추궁이 임시방편이 되지 않기 위해, 이번 사건은 모두에게 구태를 벗어던지라는 숙제를 남겨놓은 셈이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