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로랑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히틀러에게 화끈한 복수를 하고 통쾌하게 웃는 쇼산나의 얼굴이나, 사랑에 어설퍼 방황하며 눈물 흘리는 <비기너스> 속 아나의 가녀린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그녀가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는 재능 넘치는 감독으로, 그리고 스크린 속이 아닌 현실에서는 환경운동가로서 훨씬 더 열정적인 활동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그녀가 그간 쌓아온 배우, 연출가, 환경운동가로서의 경력을 깡그리 모아 또 다른 사고를 쳤다.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스 공동 창건자 시릴 디온과 함께 <내일>(2014)이라는 환경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지난해 12월 초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맞춰 개봉한 것이다.
<내일>은 2100년 지구 멸망론을 전해듣고 낙심하는 멜라니 로랑과 시릴 디온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지만, 이후 이들은 10개국을 떠돌며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화 그리고 교육 방면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만나 이들의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액션을 쉽고 재밌는 이야기 형식으로 관객에게 들려준다. 말하자면, <내일>은 비극적인 지구 종말론만을 너무 강조하는 다른 환경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질 때 옆 좌석 관객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는, 한마디로 ‘필 굿 무비’다. 그래선지 개봉 첫주에만 8만2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 이후 거의 석달 동안 프랑스 전역 상영관의 명당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로랑과 디온은 <내일>의 경험을 성인용과 어린이용 책으로 발간해서 좀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영화 전문 사이트 알로시네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140시간이 넘는 <내일>의 기록자료를 에피소드당 52분의 상영시간에 달하는 다섯편의 TV시리즈로 재편집해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 때문에 잘라내야 했던 매력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활동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