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일생을 그린 휴먼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올해 최고의 영화로 뽑혔다.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고 러셀 크로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은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노른자위 상을 휩쓸어 다관왕을 예감케했으나 상이 분산되는 바람에 오스카 작품상을 차지한 영화치고는 비교적 적은 수상에 그쳤다. 이야기는 1947년 9월 수재들만 모인다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원의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의 괴짜 천재 존 내시는 무뚝뚝하고 오만스런 표정으로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여학생과의 데이트는 꿈도 못꾼다. 강의와 학회지도무시한 채 기숙사 유리창을 칠판 삼아 하나의 문제에만 매달리던 그는 49년 불과 21살의 나이로 아담 스미스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균형이론을 발표해 일약학계의 스타로 떠오른다. MIT 교수로 부임한 그에게 악마와 천사의 손길이 동시에 다가온다. 정부의 비밀요원 윌리엄 파처는 신문과 잡지에 숨겨진 소련의 암호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고, 알리샤라는 매력적인 여학생은 연구실에 찾아와 데이트를 제안한다. 존이 더이상의 암호 해독을 거부할 뜻을 비치자 윌리엄은 소련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어 위험에 빠뜨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때부터 존은 자폐증과 정신분열 증세를보이기 시작해 정신병원에 갇히기에 이른다. 그러나 초인적인 노력과 아내 알리샤의헌신적인 내조로 재기에 성공하고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에 이른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98년 뉴욕타임스 기자 실비아 네이사가 쓴 동명전기에 토대를 두고 있으나 내용은 창작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영화가 존 내시의 일생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난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스카상을 동반수상한 각색상의 아키바 골드만과 감독상의 론 하워드는 모든 관객들이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까지 이르는 여정에 교묘하게 미스터리의 덫을 놓아 엔딩 자막이 올라올 때까지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다. 러셀 크로는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다운 명연기를 펼쳤고 알리샤 역의 제니퍼 코넬리, 윌리엄 역의 에드 해리스, 존의 룸메이트 폴로 등장한 찰스 허만도 호연으로 보탰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22일 개봉해 31일 만에 서울 56만4천명, 전국 103만4천500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