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마음속 어디엔가 드리워졌던 실이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3박자의 왈츠 리듬 속에 녹여낸 상실의 아픔이, 성대의 모든 근육을 다 동원해 피를 토하듯 노래하는 그 어떤 노래보다 더 간절하게 와 닿았던 까닭이다. 이아립은 바로 이 곡 <계절이 두 번>에서 내면의 격랑을 이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채우기보다는 비우고, 강렬해지기보다는 은은한 톤을 유지함으로써 자전하는 슬픔의 정서를 정말이지 인상적으로 표현해낸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슬픔과 아픔을 희망 고문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 더 큰 슬픔과 아픔의 우물에 빠져 견뎌내는 것. 또한 이 곡에서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재를 호소하면서도 그것이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그 증상을 ‘향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음악적으로 상징하는 요소가 바로 통통 튀는 3박자의 왈츠 리듬과 ‘라라라’를 반복적으로 노래하는 후렴구다. 그러니까, 사운드와 가사가 각각 상극에 자리하면서 만들어내는 이 뜨거운 합선(合線)의 거리가 곧 이 음악을 사유하는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사랑과 이별이라는 과정 속에서 우리 모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사랑인가 싶어 기뻤더니, 차라리 헤어지고 죽어버리자는 심정의 비극이 눈앞에 성큼 찾아와 있다. 이 와중에 장밋빛 미래나 희망 따윈 존재할 리 없다. 다만 괴로운 현재만이 도돌이표처럼 중첩되어 쌓여갈 뿐이다. 여기가 바로 지옥인 것이다. 결론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짜배기 이별 노래를 들었다. 이아립의 <계절이 두 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