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울림이 꽤 깊다. 그 울림은 데이터로도 나타났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동주>는 22일까지 누적 관객수 22만9천명을 기록 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동주>의 좌석점유율이다. 21일 43.6%로 1위를 기록했다. 스크린 수가 많지 않지만 관객들이 찾아서 관람한다는 뜻이다. <동주>를 인상 깊게 본 관객들에게 영화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 다섯 가지를 전한다. 기사 하단 <씨네21> 관련기사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Q1. 왜 흑백인가 A. 이준익 감독은 <동주>가 흑백영화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돈이 없어서다. <동주>는 제작비 5억원 정도의 저예산영화다. 저예산 시대물을 컬러로 찍다보면 어설픈 화면이 될 수 있다. 둘째, 시인 윤동주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우리가 윤동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학사모를 쓴 흑백사진이다. 윤동주에 대한 컬러의 이미지가 없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적인 표현으로도 흑백이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
Q2. 왜 저예산인가 A. <동주>는 저예산영화다. 5억원 정도 제작비가 쓰였다. 5억이 적은 돈이냐 싶은데 영화판에선 그렇다. 영화 한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15년 한국영화산업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는 19.9억원이었다.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제작비가 더 많다. 2015년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는 56.1억원이다. 이준익 감독은 시대극인 <동주>를 상업영화로 접근하면 성공이 불가한 작품으로 판단했다. “상업영화로 제작할 경우에 족히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경성, 용정, 교토, 교도소를 모두 세트로 제작해야 한다. <암살>처럼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이 있는 영화도 아닌데, 그런 예산은 감당이 안 된다. 나는 감독 이전에 제작, 배급, 수입업자 출신이다 보니 사이즈에 대한 감이 확실하다.” 이준익 감독의 말이다.
Q3. 왜 강하늘, 박정민인가 A. 이준익 감독은 “강하늘, 박정민을 배우 황정민이 캐스팅해줬다”고 말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가 송강호, 황정민, 김윤석, 강동원과 맥주를 한잔하게 됐다. 그때 황정민이 갑자기 나보고 “<동주> 하신다면서요? (강)하늘이 어때요?” 하더라.” 황정민은 박정민 역시 추천했다. 그러니까 <동주>의 캐스팅 디렉터는 황정민이었다. 알려진 대로 이준익 감독에게 유아인이 <동주>에 출연시켜달라고 했는데, 이준익 감독은 제작규모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Q4. 왜 윤동주인가 A. 윤동주라는 인물이 근 70년 동안 영화는 물론 단막극으로도 재현되지 않았다. 소설은 있었지만 영상화되지는 않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시인인데 왜 주목하지 않았을까. <아나키스트>(2000) 이후 꾸준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온 이준익 감독은 <프랑스 영화처럼>, <조류인간>,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페어 러브>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에게 <동주>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윤동주 평전과 고바야시 마사키의 <할복>(1962)이라는 영화의 형식을 참고해서, 후쿠오카 감옥에 있는 윤동주의 현재와 북간도 용정 시절로부터의 과거가 병렬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로 부탁했다. 신 감독은 금방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Q5. 왜 신연식인가 A. 신연식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그는 <동주>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프랑스 영화처럼> 등 주로 저예산영화를 제작한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제작도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동주>도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신 감독은 일종의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동주>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이미연 감독과 가수 이난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다. 박정범 감독과는 일제강점기에 풍자와 해학으로 인기를 얻은 월북 코미디언 신불출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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