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독이는 에세이군은 베스트셀러 동네의 꾸준한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단번의 독서처럼 되도록 간편한 방법으로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 희망 때문일 것이다. 법륜 스님은 그 가운데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아온 한국 대중의 대표적 멘토다. 그의 에세이는 그간 숱하게 책으로 만났던 종교 인사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른바 ‘즉문즉설’(卽問卽說)을 통해 전하는 간단하고 시원시원한 가르침은 연애와 결혼생활, 보육, 청춘 등 특정한 키워드를 경유해, 길을 더듬는 대중에게 상세한 안내가 됐다. 그저 예쁘고 평화로운 말로 채우는 법을 구태여 우회한 법륜은 경전을 자기 식으로 풀어낸 <금강경 강의>, 당대의 한국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본 <쟁점을 파하다> 같은 저서를 발표하며 뿌리인 종교와 터전인 현실 사회를 붙드는 균형도 잊지 않았다.
법륜의 신간 <법륜 스님의 행복>(이하 <행복>)은 단도직입적이다. 1988년 <실천적 불교사상> 이후 근 30년간 그가 설파한 말은 주제도, 이야기를 개진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종교인이 쓴 산문 대개가 그렇듯) 행복하게 사는 법으로 수렴되고 있다.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행복이라는 거대한 단어를 겨냥한 이번 책 <행복>은 마치 법륜이 수많은 책과 전세계 곳곳을 방문해 전했던 강연을 응축해놓은 것 같다. 다만 지난 흔적과는 구분되는 지점 또한 분명하다. 전작들이 행복으로 향하는 길로 자기 안의 문제를 고쳐나가는 방식을 권했다면, <행복>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앞의 두 챕터에서 저자가 지금까지 강조해온 가치를 곱씹고,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 말라”는 이타적인 조언을 더하며 페이지를 채웠다. 제 안의 마음가짐과 바깥의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법륜식 행복 길잡이는 “개인의 행복과 좋은 사회 만들기는 별개가 아니”라는 믿음에서 비롯돼 “어떤 순간이라도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격려로 마무리된다.
최승미 작가가 그린 삐뚤빼뚤 분방한 그림들은 <행복> 특유의 명료한 지혜가 한결 가볍게 보이도록 책 여기저기에 새겨졌다. 벼락같은 즉문즉설로 펼칠 때마다 따끔함을 감수해야 했던 지난 법륜의 책보다 편하게 읽힌다는 평들이 따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법륜식 행복 길잡이
가을걷이를 마친 황량한 겨울 들판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다시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파릇파릇 싹이 터요. 싹이 텄다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밭에 사실은 씨앗이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마다 나름의 업식을 가지고 있다가 어떤 자극이 오면 반응을 합니다. 내 몸과 마음에 배어 있던 업식이 색깔, 냄새, 소리 등의 외부 자극을 받으면서 느낌이라는 반응을 일으키는 거예요.(59쪽)
꽃은 벌에게 꿀을 주고, 벌은 꽃가루를 옮겨 꽃이 열매를 맺게 해주잖아요. 이렇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희생이라는 생각 없이 남을 돕는 게 나에게도 좋을 때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가는 겁니다.(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