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내 마음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불가피하게 엮인 잡다한 관계들에 치이고 치이다 거꾸러진 채로 중얼거리곤 한다. 기댈 곳 없이 홀로 살아가는 척박함이 무엇인지, 타인과의 갈등을 딛고 마침내 깨닫게 되는 만족이 얼마나 값진지 알면서도, 닳아진 생의 의지를 목격할 때마다 우린 이런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리고 다시 어쩔 도리 없이 관계 안으로 투신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희망을 따라가는 게 내일의 일이다.
<씨네21>의 2월 북엔즈에서는 서로 다른 타인들이 경험하는 관계의 면면을 그린 책들을 모았다. <법륜 스님의 행복> <지극히 내성적인> <셜로키언>. 일상을 사는 각박함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작동하는 새로운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들이다.
<법륜 스님의 행복>은 법륜 스님이 지금껏 발표한 책들의 에센스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법륜 스님은 자신과의 갈등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안정을 찾아야 행복에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사려 깊은 응원과도 같은 스님의 고고한 말씀은, 머리로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좀처럼 실천하지 못했던 ‘관계의 중함’을 깨닫게 한다.
등단 4년 만에 첫 단편집 <지극히 내성적인>을 막 선보인 최정화에게는 무엇보다 누군가가 타인을 경험했을 때 일어나는 유독 모난 감정을 기록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칫 망측해보이기 십상인 각자의 마음들이 그 주인에게 되돌아와 일으키는 동요는, 그것이 비록 지극히 내성적일지라도, 어제 그리고 오늘과는 분명 다른 내일을 파생한다. 최정화는 그 미세한 변화의 처음을 보여주고는, 그다음은 독자의 몫으로 돌려 이를 자신의 온전한 결말이라고 말하는 대쪽 같은 소설가다.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2015년 아카데미 각색상을 거머쥔 바 있는 그레이엄 무어는 원래 소설가로서 처음 출사표를 내민 작가다. 그토록 동경하던 아서 코난 도일과 자신이 직접 창조한 캐릭터 해럴드 화이트가 번갈아 이야기를 장악하는 <셜로키언>은 그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을 증명한 작품이다. 1900년대를 사는 코난 도일과 현재의 해럴드 화이트가 주어진 임무를 척척 수행하며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과정은 너무나 필연적임에도 두손을 뜨겁게 적시고야 마는 서스펜스를 내뿜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