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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이 뜨거운 사랑의 온도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6-02-22

<남과 여> 공유

아니 공유씨, 누구도 선뜻 하지 않는다는 정통 멜로를 하신다는 건가요? <용의자>(2013) 이후 3년 만의 만남. 이 질문이 제일 먼저일 수밖에 없다. 스릴러가, 액션이, 블록버스터 사극이 판을 점령하는 충무로에서 정통 멜로는 고사 위기에 처한 그런 시대다.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되어 사회적 파장까지 번진 데도 공유가 그 가치를 ‘공유’해준 덕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주춤했던 정통 멜로는 공유라는 구세주를 만난 셈이 되는 걸까. “내가 뭐 독립투사도 아니고. <도가니>(2011)도 거창한 대의를 가지고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좀 그런 게 있다. 약간 반발심 같은 거. (웃음) 멜로가 장사가 안 되니 안 만들어 희귀한 때이고,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늘 있었다.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도는 될 수 있겠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멜로 장르가 좀더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남과 여>의 기홍은 공유의 표현에 따르자면 “판타지로 무장한 멋있는 남자가 아니라, 어른들이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이 더해진 남자”다. 일 때문에 간 핀란드에서 우연히 상민(전도연)을 만나 사랑의 격정에 휩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그 끌림을 잊지 못해 그녀를 찾아 사랑을 말하고 행하는 남자다. 각자 가정이 있고, 아픈 아이를 둔 공통의 어려움이 있으니 이 뜨거운 사랑의 온도를 내려야만 하지만, 그게 말처럼 잘 안 된다. “20대 때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면, 나이가 들면서 로맨스 장르지만 엄연히 다른, 나이의 무게를 더한 멜로를 해보고 싶었다. 마침 이윤기 감독을 만난 거였고.” 이윤기 감독의 작품 중에서 전도연이 주연한 <멋진 하루>를 가장 좋아한 데다가 배우로, 관객으로 평소 신뢰해온 전도연은 그가 가장 호흡을 맞추고 싶었던 배우이기도 했다. 이처럼 ‘전도연과의 멜로’는 <용의자> 이후 그에게 집중된 상당수의 액션 장르물 사이에서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하던 공유가 단박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됐다. 기홍과 상민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공유는 <언페이스풀>(2011)의 “거칠지만 섬세한” 정사 신을 떠올렸다고 한다. 불륜은 분명 도덕적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매사에 답답한 성격이었던 기홍이 상민을 만나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데서 공유는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기홍을 보면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 같다.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런 그가 용서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 들더라.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2011)를 보면 마고(미셸 윌리엄스)가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빠진다. 둘 중 누구에게 가느냐를 두고 온전히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멜로의 온도를 채 담아두는 데만 그치지 않아, 올해는 더없이 많은 공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과 여>의 후속작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다. KTX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추악해지는 인간 군상을 그린 재난영화로, 공유는 펀드 매니저이자 홀로 딸을 키우는 석우를 연기한다. “애니메이션만 만들던 감독이 실사영화를 하는데, 좀비를 다루는 영화에는 더없이 어울리는 선택이지 싶더라. <남과 여>와 마찬가지로 내겐 그런 시도가 즐겁고 성취감이 든다.” 지금 공유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찍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의열단의 강인하고 지적인 리더 김우진을 맡아 그를 저지하려는 조선인 일본 경부 이정출 역의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 선배 모두 완벽주의자에 내공이 어머어마하다. 두 고수 사이에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웃음)”

이렇게 개봉예정 영화만 1년에 세편. 천천히 차기작을 이어가던 공유에겐 낯선 리듬이다. 그는 그저 “타이밍과 운이 잘 맞았다”고 말한다. “<밀정> 끝나면 쓰러지지 않을까. (웃음) 그래도 나이는 멈춰주지 않으니 나중에 할 수 없는 역은 무리를 해서라도 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다가올 세편 모두 사건이 기차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기차를 함께 타고 사랑의 감정을 더하고(<남과 여>), 부산행 기차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부산행>), 경성행 기차에서 폭탄을 무사히 운반하려 고군분투한다(<밀정>). “2년이나 쉬었더니 얼른 피드백을 받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엔 어떤 ‘기차’에 탈지에 앞서, 공유는 일단 지금은 그렇게, 한창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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