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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성전환수술을 한 남자 <대니쉬 걸>

아이나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각각 풍경화와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 부부다. 게르다의 명성은 아이나에 비해 낮은데, 두 사람은 이것이 실력 차라기보다는 성차로 인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게르다는 발레리나 울라(앰버 허드)를 모델로 인물화를 그리는 중이다. 발부분만 남겨둔 상태인데 울라가 나타나지 않자 게르다는 장난삼아 남편에게 발 모델이 되어줄 것을 청한다. 못 이긴 척 아내의 청을 승낙한 아이나는 스타킹의 감촉에서 잃어버렸던 쾌락을 느낀다. 베게너 부부는 울라로부터 무도회에 초대받는다. 아이나가 자신의 유명세로 부담을 느끼자 게르다는 아이나에게 여장을 권한다. 망설이던 아이나는 결국 릴리 엘베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아이나는 그곳에서 헨릭(벤 위쇼)을 만나고 그의 적극적인 구애에 못 이겨 키스를 나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게르다는 큰 충격에 빠진다.

세계 최초 성전환수술을 한 남자로 일컬어지는 아이나 베게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여성의 몸을 갖기를 원하는 성전환에의 욕망을 동성애적 욕망보다 우선한다. 영화에서 이상하리만치 동성간의 성애 장면이 생략된 것이 이에 대한 근거다. 성애가 생략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촉각과 시선이다. 아이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자각한 계기는 동성에 대한 성욕이 아니라 여성의류나 화장품이 살에 닿을 때의 감촉이었다. 그림 도구가 아이라인과 주홍빛 립스틱으로 변화함에 따라 아이나는 마치 하나의 조각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아이나가 몸을 거울에 비춰보는 장면은 욕망의 추가 성애보다는 미적인 완벽함의 추구에 더욱 닿아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성애에 대한 생략과 배제가 누군가에게는 타협적인 선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나의 몸짓, 표정, 치장에서 묻어나는 미적으로 완벽한 여성성에 대한 기준 역시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지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점을 눈감게 하는 건 결국 아이나와 게르다 캐릭터의 힘과 이를 지탱하는 두 배우의 연기다. 이성애와 동성애의 구분을 무화시키는 두 사람의 요동하는 관계가 내내 마음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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