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선댄스영화제가 폐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배급사를 찾았는데, 그중 폭스 서치라이트는 1750만달러로 <더 버스 오브 어 네이션>(The Birth of a Nation)의 배급권을 따내 선댄스영화제 역사상 최고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네이트 파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로 남북전쟁 직전, 백인 농장주의 횡포에 맞선 흑인 노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폭스가 2년 전 배급한 <노예 12년>의 사례를 떠올리면, 그때와 비슷한 파급효과를 기대하며 가격을 높이 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해볼 만하다. 넷플릭스도 2천만달러를 제안했다고 알려졌으나 박스오피스 영향력을 고려한 결과 배급권은 폭스에 넘어갔다. 소니픽처스 클래식은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여성주인공 영화인 <에쿼티>(Equity)의 월드와이드 배급권을 획득했고, 넷플릭스도 두 작품을 가져갔다. 700만달러에 구매한 <더 리바이스드 펀더멘털스 오브 케어기빙>(The Revised Fundamentals of Caregiving)은 조너선 에비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희귀병을 앓는 청소년과 남자의 우정을 다룬다. 코미디 <탈룰라>(Tallulah)는 500만달러에 거래됐다.
개성 있고 다양한 영화들이 초청되는 영화제인 만큼 난감한 해프닝도 발생했는데, 일례로 <스위스 아미 맨>(Swiss Army Man)의 상영 도중 관객이 우르르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랑자 행크(폴 다노)와 시체(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동행을 그리는 이 영화엔 행크가 발기 상태의 시체에 깊은 키스를 한다든지, 러닝타임 내내 시체가 방귀를 뀌는 등의 장면이 포함됐는데 이에 관객이 불쾌감을 표한 것이다. 또 줄리 델피는 할리우드의 성차별을 비판하며 “여성이기보다 차라리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인 게 낫다”고 발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반면 대니 글로버는 미국 영화산업 전반의 편협함에 대해 “우리는 더이상의 다양성을 찾기 힘든 오스카를 없애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던져 선댄스영화제의 개최 의의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선댄스에선 지금 단편을 포함해 모두 195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축제는 3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