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졌지만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늘 세계와의 유리감을 느껴온 그가 원하는 것은 죽음뿐. 그는 우연히 인생에 단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주는 비밀스러운 여행사 엘리시움을 찾아가 죽음 여행을 계약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고객 안나(조지나 벨바안)와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죽음을 보류하려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한번 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주한다.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팬시한 영화다. 죽음 여행 업체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사랑에 빠져 죽지 않고 싶어지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흥미로운 극적 장치다. 죽음과 사랑이 한끗 차이로 비껴가고 마주하는 상황을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의 <사계> 등 중후한 음악들에 맞춰 연출한 장면들도 아름답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다. 전반부 자의적 죽음이라는 소재에 신중하게 접근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영화는 반전 이후 자극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돌변한다. 원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의적 죽음, 즉 자살은 논란의 여지를 가진 소재다. 이런 소재를 택했을 때는 그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해야한다. 그러나 영화는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인지, 자의적으로 선택한 죽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스스로도 그 답을 모른다. 야콥은 관객이 동감할 여지없이 죽음을 결정하고 번복하고 손쉽게 구원받지만, 그외 인물들의 자살은 단순하게 미화되거나 코믹한 터치로 그려진다. 어떤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을 때는, 원칙과 일관성도 필요한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