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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울보>
윤혜지 2016-01-27

소년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울보>의 이섭(장유상)은 툭하면 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섭은 어린애처럼 뚝뚝 눈물을 흘린다. 하윤(하윤경)과 길수(이서준)는 그 반대다. 하윤은 병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제 몸은 못 챙기는 상황이 와도 울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큰형처럼 군림하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길수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이섭은 자신에게 결핍된 무엇을 하윤과 길수에게서 발견하고 이들과 가까워지려 한다. 버려야 할 것, 잃게 되는 것이 많지만 그 둘과 함께라면 이섭은 편안할 것 같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에 세상과 어른들은 너무 무정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그냥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교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청소년과 섹스하려는 남자, 무력한 엄마, 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들 아래서 아이들은 알아서 제 살길을 모색하기 바쁘다. 저희들끼리는 나름의 규칙과 의리를 지켜가며 살지만 그런 생활이 제대로 유지될 리 없다. 이들도 결국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임을 영화는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하윤이 구두를 사는 것과 자르는 것의 의미, 길수와 길수 무리가 한집에 모이게 된 배경 등 영화가 일부러 더 말하지 않고 넘기는 지점도 많다. 이를 관객의 자발적 해석을 유도하는 연출 태도로 볼 것인지, 짜임새의 허술함과 무책임함으로 볼 것인지는 보는 이가 판단하기 나름이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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