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신선하게 다가오는 제목은 아니다. 음악에 관한 책이 보통 해당 장르의 걸출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찾아서’에 방점이 찍힌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는 감상과 자료 조사를 통한 결과물보다는 다리품을 팔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 로큰롤의 흔적을 두눈으로 목격한 기행문에 가깝다. 많은 부분을 먼 과거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책의 구성이 시간순이 아닌 지역순으로 배치된 점 또한 기행문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다. 저 옛날 블루스가 태동하던 시절까지 시간을 돌려 이제 막 100년에 육박하는 대중음악의 흔적을 구석구석 훑는다. 책을 잠깐 훑어봐도 뮤지션의 모습과 앨범 커버보다 지도, 건물, 팻말, 동상, 묘비 등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듣고 싶은 충동 보다 떠나고 싶은 충동이 앞서는 책이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폴 매카트니-비틀즈 이후, 홀로 써내려간 신화> 등 독보적인 컨셉의 음악 서적을 발간해온 출판사 안나푸르나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해 <YTN> 국제부 기자를 거쳐 <빌보드> 한국 특파원, 아리랑TV 보도팀장을 지낸 작가 조현진은 청와대에 소속돼 해외 홍보와 외신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속 미국 전역에 걸친 대중음악의 소상한 기록은 그가 일찍이 미국 문화를 보다 가깝게 경험할 수 있었던 점에서 기인한다. 그는 로큰롤의 시작으로 회자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탄생을 담기 위해 미시시피 투펠로로 향하고, 다시 테네시 멤피스로 건너가 프레슬리가 첫 녹음을 진행하던 때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그런가 하면 미네소타 덜루스에서 청년 로버트 지머먼을 만나,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의 페스티벌에서 포크록을 시도해 다시 고향에서 거장으로 거듭나는 밥 딜런의 행적을 따라가기도 한다. 조현진의 행적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인이 쓴 많은 음악책과 달리 로큰롤 이전의 블루스 시대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너바나를 지나 2015년의 사건들까지도 끌어안았다.
어느 음악 팬의 성지순례
식당 선셋 그릴은 이글스의 드러머 겸 보컬리스트인 돈 헨리가 솔로로 독립해 1984년에 발표한 2집 <<Building the Perfect Beast>>에 수록된 <Sunset Grill>의 실제 배경이 된 작은 햄버거 식당이다. 돈 헨리야 물론 곡에서 햄버거가 아닌 미국의 사회상을 표현했지만, 사연이야 어쨌든 이 식당은 본의 아니게 로스앤젤레스의 로큰롤 지도에 남게 됐다.(275쪽)
도어즈 스튜디오가 있던 건물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모나코 주류’는 짐 모리슨이 <<L.A. Woman>> 음반 작업 때 술을 사러 자주 가던 가게다. 지금도 영업 중이다. “짐 모리슨 팬이시죠?”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점원이 단번에 알아차리고 내게 말을 걸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나는 바로 대답해줬다. “네, 짐 모리슨 팬 맞아요!”(2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