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도 그럭저럭 만만하게 지나가는가 싶더니만 결국 동장군이 들이닥쳤다. 월화수목금 손꼽아 기다리던 주말, 걷기만 해도 두볼이 떨어져나갈 듯한 추위에 외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면, 따뜻한 이불로 몸을 휘감은 채 손가락이 노랗게 물들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거창하고 진지한 것보다는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짧은 대사가 간간이 조그맣게 떠다니는 만화 <콩고양이>를 슬쩍 권한다.
<콩고양이>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새끼고양이들 틈에서 데려온 콩알이와 팥알이가 집 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다. 많은 애묘만화가 대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콩고양이>는 전적으로 콩알이와 팥알이의 행동을 축에 놓고 페이지를 더해간다. 고양이 둘은 쉴 새 없이 재잘대면서 한가로운 집 안을 돌아다니며 거기에 적응한다. 다만 그들의 대화는 사람들에게 그저 ‘냐~’ 정도로만 들릴 뿐이어서, 2014년 말에 나온 첫 번째 권에 간혹 등장하는 사건은 둘만의 해프닝으로만 남는다. 그런데 분명 재미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도무지 가만히 있질 못하는 팥알이와 콩알이에게 정이 붙는다. 내복씨, 마담 북슬, 집동자귀신, 안경남, 집사 처녀 등 등장‘인물’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아주머니’ 마담 북슬의 눈초리를 피해 몰래 두 고양이의 유희를 돕는 ‘할아버지’ 내복씨의 활약상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지난해 끄트머리에 나온 2권과 3권은 더 다양한 캐릭터와 자잘한 사건으로 스케일을 넓혔다. 큼직했던 프레임은 잘게 나뉘고, 사람들과 본격적으로 어울리기 시작한 콩알이와 팥알이의 몸집은 살짝 불어났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두 번째 권은 몸을 웅크리게 하는 바깥 공기보다 두 고양이와 내복씨가 같이 즐기는 고타츠의 따스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온기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 네코마키가 일본에서도 가장 더운 여름을 자랑하는 나고야에서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과 어쩐지 밀접해 보인다. <콩고양이>의 콩깍지를 만끽하는 이들은 네코마키의 블로그(http://ameblo.jp/nekomaki)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겨울을 나는 가장 따뜻한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