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부터 ‘더불어’라는 낱말이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화를 향한 의지를 다지며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히던 신영복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생전에 선보인 저서 중 하나인 <더불어숲>이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전자가 열띤 찬반을 이끌어낸 데 반해 후자를 둘러싼 반응은 고인에 대한 헌사로 가득했다. <씨네21>의 새해 첫 북엔즈에 놓인 <자기 앞의 생> <콩고양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역시 함께한다는 ‘더불어’의 뜻과 상통한 내용이 새겨진 책들이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소설을 무조건 비난하는 이들의 눈을 피해 에밀 아자르라는 허구의 소설가를 내세워 전세계 문학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마음먹는다. 에밀 아자르의 명의로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지낸 소년 모모가 척박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벗하며 사랑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는 과정을 그렸다. 처절한 유년을 보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잃지 않는 모모의 절절한 이야기는 작가에게 <하늘의 뿌리> 이후 19년 만에 또 한번 공쿠르상의 기적을 안겼다.
<콩고양이>는 지우개로 슥 문지르면 그대로 지워질 법한 연필의 부드러운 화풍이 돋보이는 만화다. 눈뜨자마자 여기저기를 누비며 놀 궁리에 집중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는 점차 집 안의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하면서 하루하루 몸집을 키워나간다. 잔소리와 구박으로 두 고양이를 대하는 아주머니나 무기력한 듯이 고양이들에게 선의를 베푸는 할아버지와의 에피소드 모두 따스하기는 매한가지다.
정치, 역사, 환경,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한 저서들로 세계를 일깨운 리베카 솔닛은 지난 몇년간의 칼럼을 묶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그간 자신의 글 속에 은근히 드러냈던 페미니즘을 콕 집어 말한다. 고작 서평만을 읽고 그 책에 대해 가르치려는 남자와의 우스운 에피소드, 9초마다 한명씩 여성이 구타당하고 여성의 3분의 1이 성폭력을 경험하는 경악스러운 현실 등 지금 이 시간에도 뻔뻔히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크고 작은 폭력들을 속속 들춰내 우리에게 보란 듯 늘어놓는다. 그리고 남성성을 향한 무조건적인 공격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현명한 해법을 고민한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는 드넓은 미국 땅을 걷고 두눈으로 확인한 대중음악의 순간순간을 갈무리한 기행문이다. 저자가 국제부 기자, 음악 외신특파원, 방송국 보도팀장, 청와대 직속 행정관 등 여러 커리어를 거치는 와중에 마주했던 경험이 단정하게 쌓여 있다. 음반을 집어내기 전에 얼른 지도부터 펼치게 할 보기 드문 음악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