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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부산시 협조하에 수상쩍은 제작 행보
조종국 2016-01-27

6•25 전쟁 배경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편 연달아 제작 예정

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롭 코언 감독의 <분노의 질주>(2001).

무릇 영화 제작에는 왕도가 없다. 기획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복잡다단한 공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을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지나친 변칙을 꾀하는 일은 쉬이 통용되지 않는다. 흔히 블록버스터라고 일컫는 대작과 아주 적은 예산으로 단출하게 만드는 영화의 제작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고유한 메커니즘은 상존한다. 그런데 이런 영화 제작 소식은 좀 느닷없다. 근래 부산 지역 신문에 난 기사 중, 좀 길지만 두 단락을 옮긴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명실상부 한국 최초의 할리우드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필름베네딕트는 지난 10일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서 이를 알리는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진화 영화의전당 대표이사와 <1950> 제작 프로젝트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신 바르게살기운동부산시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날 제작사 대표와 롭 코언 감독 등은 서병수 부산시장, 이해동 부산시의회 의장,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 등을 만나 촬영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영화 제작 총괄 문라잇픽쳐스는 지난달 중국 통도그룹과 투자협정을 맺고 미화 5585만달러에 해당하는 은행잔고증명(BCL)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를 주연으로 영입했고, 마릴린 먼로의 부산 방문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연하겠다고도 밝혔다. 제작사는 촬영 분량의 30% 이상을 부산에서 찍겠다며 최근 부산시에 협조 의사를 타진했다.(…)”

<1950>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며, 당시 종군기자 300여명 가운데 홍일점이었던 미국인 기자 마거릿 히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제작비는 무려 1억2천만달러가량이고, <분노의 질주> <트리플X> <미이라3> 등을 만든 롭 코언이 감독이란다. 또 문라잇픽쳐스가 제작한다는 <메트로놈> 역시 6•25 전쟁이 배경이다. 제작비가 약 300억원대이며, ‘1951년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 일대에서 중공군과 유엔군이 나흘 동안 치열하게 벌였던 지평리전투가 모티브’라고 한다.

이들은 부산시에 제작비 상당액의 지급보증을 요청하거나 해안가 등 수만평을 촬영장소로 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장을 앞세우는 이런 제작 방식은 이미 수년 전 몇몇 영화가 여러 번 써먹었다. 영화의 소재가 모두 6•25 전쟁이라는 것도 공교롭다. ‘부산영상위원회에 지원 신청을 하라’고 안내만 하면 될 일을 굳이 부산시장이 나서서 실현 가능성도 없는 지원 약속을 하는 속내가 하나도 안 궁금하다.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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