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원시림과 사막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자 자연다큐멘터리다. 생태계의 돋보기가 되어줄 친구들은 다람쥐 보리와 사막쥐 뭉치다. 다람쥐 보리는 겨울 준비에 한창이다. 보리는 커다란 도토리를 작은 입속에 우걱우걱 집어넣은 채 자신의 도토리 저장소로 향한다. 이때 한 다람쥐가 보리의 행동을 은밀히 지켜보며 보리의 양식을 노린다. 원시림 반대편 사막에는 사막쥐 뭉치가 가족들과 지낸다. 뭉치의 어미는 자식들에게 먹일 양식을 구하던 중 전갈을 만나 한판 대결을 벌인다. 다행히 사막쥐는 전갈의 독에 대한 해독 능력이 있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뭉치는 엄마를 찾아 홀로 집을 나선다.
<BBC>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저속촬영과 고속촬영을 오가며 비가시적인 자연 생태계를 인간에게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다람쥐와 쥐를 의인화해 이들의 상황에 관객이 몰입하게 만들면서 자연다큐멘터리가 가질 수 있는 딱딱함을 완화했다. 보리와 뭉치의 짧은 성장기가 중심축을 형성하는 가운데, 동물들의 먹이사슬이 평탄한 이야기에 의외의 서스펜스를 불어넣는다. 보리와 뭉치 등 동물을 연기하는 목소리 외에 제3자의 목소리인 내레이션이 일관되게 흐른다. 이 내레이션은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관객이 위험에 처한 동물들의 입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한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채로운 음악을 사용하는 등 공들인 티가 많이 난다. 그러나 영화가 그리는 생태계나 동물들의 서사가 지나치게 압축돼 ‘영화다큐멘터리’로 보기에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