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감옥실험 참여한 죄수·간수들 `현실로 착각했을까`
2002-03-22

근대적 형식의 감옥은 1790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월넛 거리에서 태어났다. 외부 세계와 죄수를 고립시키는 독방의 형태로, 처음에는 `회개소'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감옥은 죄수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엄격한 규율로 다스림으로써 그들을 유폐시켰다. 죄수들은 참회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났을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감옥의 탄생>에서 “아니”라고 말한다. 감옥은 범죄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기보다는, “비행(非行)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독일 감독 올리버 히르쉬비겔도 미셸 푸코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001년작 <엑스페리먼트>에서 그는 제목 그대로 `감옥 실험'을 벌인 뒤, 그 광기의 현장을 기록영화처럼 보여준다. `2주 심리실험에 4천 마르크(우리 돈 240만원)를 주겠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온 20명 남자들은 처음에 그 실험을 거저 돈따먹는 게임처럼 여긴다. 전직이 신문기자였던 택시 기사 타렉(모리츠 블라입트로이)도,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베루스(유스투스 폰 도나닐)도, 죄수복과 간수복으로 갈아입기 전까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낯선 타인들이었다. 하지만 12명은 죄수로, 8명은 간수로 역할이 주어지고 난 뒤에 상황은 180도 바뀐다. 권력을 쥔 집단과 복종해야 하는 집단 사이에서 터지는 폭력과 저항은 외부와 차단된 감옥 실험실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감독은 1971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실제로 치뤄졌던 `환경변화에 따른 심리변화 실험' 실화를 듣고 <엑스페리먼트>를 기획했다. `인간에게 과연 자유의지란 있는가', `인간은 극한 환경을 선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가'란 과학 실험 결과는 영화가 보여주는 그대로 피 튀기는 유혈현장으로 5일만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죄수를 무릎 꿇리고 오줌발을 날리는 간수들의 능욕은 꼭 감옥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 혹은 돈이 없는 자들은 이제 도처에서 감옥을, 간수들을 만나고 있다. 정재숙 기자j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