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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을 만나기 위해 계속 연기한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인터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상당 부분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했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촬영 몇달 전부터 리허설을 많이 했다.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 때마다 적절한 시간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매 순간 적응해야 했다. 너무 추워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배우들이 연기가 안 될 때도 있었다. 반대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때로는 너무 더워서 촬영하기 어렵기도 했고.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 느껴졌다. 감독의 비전은 명확했지만 그것을 시각화하기까지는 엄청난 어려움이 따랐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연기해야 했다.

=직접 그런 슬픔을 경험한 적은 없다. 사실 나는 내가 연기하는 모든 배역을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난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이라 해도 개인적인 아픈 경험들을 이용할 때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아들이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들은 물론 아버지 역시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생존법을 계속 가르치는데, 결국은 아버지가 생존하기 위해 그 방법을 이용하게 되는 거지. 이런 면에서 이 이야기를 본다면,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인으로서 미국인이 아닌 감독이 말하는 미국의 역사를 접한 느낌은 어땠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같은 감독이 이 작품을 연출한 건 완벽한 일이었다. 그는 연출가로서의 비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그는 다정하고 자애로우며 주변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나는 미국인이 아닌 그가 아웃사이더라고 느꼈다. 마티(마틴 스코시즈) 역시 할리우드에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라고 늘 생각해왔듯이. 두 감독 모두 영화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깊지만,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더 열심히 투쟁했다. 미국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는 대륙의 자원과 자연을 남용하고 원주민들을 학대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알레한드로 같은 아웃사이더의 시각으로 그려진 것이 훨씬 강력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위해 육체적으로 준비한 게 있다면.

=음. 대부분이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웃음) 무기 사용법 외에도 동물을 덫으로 잡는 방법이나 불 피우기, 자연에서 생존하기 등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배웠다. 그렇게 준비를 열심히 해도 자연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변하니까. 모두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자연 속에서 촬영해야 하는 만큼 연기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오는 리액션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매일 2시간 동안 완벽한 자연 조명 아래 촬영하기 위해서 마치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았으니까. 사운드 스테이지가 아니었으니까. 수차례 이상기후 때문에 촬영을 중지해야 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배우들을 조금 힘든 상황에 처하게 해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알레한드로가 자연 속에서 놀라운 영화를 만들 계획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내 캐릭터의 여정은 대사로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많은 캐릭터들이 대사를 통해 자신을 설명하고 표현하는데 이 캐릭터의 경우는 마치 무성영화에 나오는 듯하니까. 대부분의 장면에서 혼자이기 때문에 대사가 거의 없다. 가장 큰 걱정은 상대나 대사 없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대부분은 절제해야 했다. 카메라에 대고 연기를 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 충실히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아들과의 관계를 다룬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관객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마도 시네마 역사에 한획을 그을 만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곰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이다.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 푸…,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영화적인 가상의 리얼리티다. 모든 감각이 살아나게 한다. 곰에게 습격당하는 순간에도 옆에 날아다니는 파리의 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으니까. 곰의 숨결이 느껴지고, 몸에 땀이 흐르는 느낌도 들고. 3D로 촬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 장면만 3주 가까이 촬영했다. 그러니 영화 전체는 어땠겠나. (웃음)

-극중 당신이 맡은 휴 글래스와 대립하는 존 피츠제럴드 역의 톰 하디와의 작업은 어땠나.

=이 작품에는 아주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톰은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모두가 수염이 덥수룩한 채 1년 동안이나 산속 오두막에서 같이 생활했으니까. 털 많은 남자들이 함께 모여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웃음) 모두가 고생 많이 했다. 톰이 맡은 피츠제럴드는 글래스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다. 특이한 역인데 나를 죽이려는 악역이기도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나름의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히 악당으로 치부할 수 없다. 톰이 배우로서 본능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 피츠제럴드를 잘 살려낸 것 같다. 이 시대의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톰이 이 작품에 참여하도록 내가 무척 고집을 부렸다. 피츠제럴드 역은 톰처럼 강인함과 인간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역할이다. 그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재능 있는 감독들과 작업하다보면 직접 연출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은 생기지 않나.

=오히려 반대다.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들과 작업하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지식이 많은지 실감한다. 영화는 감독을 위한 매체다. 그간 좋은 시나리오들이 감독을 잘못 만나서 차마 보기 힘든 영화가 된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봤다. 나는 내 연기에만 집중하기도 힘들다. 가끔 연기를 하지 않고 감독들 옆에 앉아서 그들이 어떻게 작업하나 지켜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제 40대가 됐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

=전혀. 10대 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시작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로버트 드니로와 작업한 후 한 1년간 영화만 보면서 지낸 적이 있다.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해왔고 내가 아는 세상 밖에 얼마나 놀라운 작품들이 있는지를 알았다. 그 후로는 연기관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 보고 감명받았던 영화들처럼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이상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부 잘못된 선택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만족한다. 배우로 살면서 운이 아주 좋으면 걸작을 한두편 만난다고 하더라. 그 순간을 위해 연기를 계속한다.

-다음 작품 계획이 있다면.

=아무것도 없다. 내 인생의 10개월 이상을 이번 작품에 투자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작품 홍보를 해야 하니까. (웃음) 요즘에는 이런 시대극을 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이처럼 특이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궁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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