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신하균)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에겐 신장병에 걸린 누나가 있다. 당장 콩팥 이식수술을 해야 살 수 있다. 류는 자기 콩팥을 하나 떼어주려 하지만 혈액형이 달라 가능하지 않다. 류는 장기밀매조직을 찾아가 자기 콩팥과 함께 1천만원을 주고 누나에게 이식 가능한 콩팥을 받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장기밀매조직은 류의 콩팥과 돈만 챙기고 사라진다. 류는 누나를 살리려면 이제 콩팥과 함께 수술비 2천만원을 구해야 한다. 설상가상, 그나마 생계를 이어주던 쇠사슬 만드는 공장에서도 정리해고당한다. 류에겐 농아학교에서 만난 영미(배두나)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농아도 아니면서 농아학교에 들어갔다가 두 달만에 쫓겨난 영미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혼자 활동하는 몽상적 급진주의자다. 영미는 사장의 아이를 유괴한 뒤 수술비 2천만원만 받고 풀어주라고 류를 부추긴다. 사장 집 근처에서 현장을 답사하던 류는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비껴가기 위해 자신을 해고한 사장의 옆집에 사는 동진(송강호)의 딸 보배를 납치한다.
류의 누나는 자신의 수술비 때문에 류가 어린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안 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보배조차 사고로 숨진다. 류도 동진도 왜 이런 끔찍한 비극이 자신에게 닥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동진은 류를 찾아나서고 류는 사태를 꼬이게 만든 장기밀매조직을 찾아나서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한다.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누나를 살려내고 싶었던 착한 청년 류는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괴물로 변해 그 스스로도 죽음의 수렁에 빠져든다. 전기기술자로 자수성가해 작은 기업을 세운 동진 또한 타고난 악한이 아니건만 딸의 유괴와 죽음을 맞이하면서 참혹함이 극에 이른 복수의 악순환에 말려든다. 영화 속 인물들은 류가 공장에서 벼려내던 쇠사슬처럼 철의 인연으로 얽매여 있다. 누나와의 인연, 농아를 이해하고자 농아학교에 들어온 영미와의 인연처럼 선한 의도에서 맺어진 인연조차 끔찍한 악행을 부추기는 동기로 작용한다. <복수…>의 세계는 모든 의도가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수렁으로 수렴되도록 만드는 기묘한 중력장이 작용하는 세계다. 영화는 누구도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일종의 지옥도처럼 비친다. 29일 개봉. 이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