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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은 10년이나 기다려서 연기한 캐릭터”

<데드풀> 웨이드 윌슨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

-마블 코믹스의 일원이 된 소감이 어떤가.

=제대로 마블 코믹스 영화에 참여한 적이 없다. 솔직히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드풀> 프로젝트에는 수년간 관여하고 있었다. 스튜디오가 이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데 조심스러워한 탓에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블 로고가 뜨는 영화치고 제작비가 말도 안 되게 적게 들었지만, 만들어낸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데드풀 캐릭터를 연기한 건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영화 속 데드풀의 모습이 크게 다를 것 같다.

=맞다. 하지만 캐릭터의 본질은 같다. 쉴 새 없이 말하는 ‘모터 마우스’를 가졌고, 주변 사람들을 정말 짜증나게 한다는 것. <엑스맨 탄생: 울버린> 속 데드풀은 이 특징 외에 무언가를 포착하지 못한 경우다. 당시 원작 코믹스 팬들에게 무척 미움을 받았었다. 촬영 당시 시나리오작가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세트장에 갔는데 대본에 이렇게 써 있더라. ‘웨이드 윌슨이 말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면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다’라고. (웃음)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하죠?”라고 물었더니, “당신이 즉흥적으로 뭐라 말해주길 기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즉석으로 대사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촬영하며 데드풀이 영화 후반부에 나오지 않고 사라졌다가 6년 후에 이 영화로 다시 찾아오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데드풀>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당시 데드풀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없었다면, 코믹스 원작에 가까운 모습으로 이번 영화가 제작되지도 못했을 테니까.

-스튜디오에서 특히 어떤 점을 우려했다고 생각하나.

=데드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불가피하다는 것. ‘제4의 벽’(관객과 배우 사이의 가상의 벽을 뜻하는 말)을 허물고 캐릭터가 관객에게 직접 말할 수 있게 하려면 기존의 낮은 등급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스튜디오도 느꼈다. 또 자신이 영화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관객과 대화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했을 거다. 그에 대한 답은 ‘출연시킬 수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데드풀>을 영화화하는 걸 그토록 오래 고민했다고 본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원작 코믹스의 데드풀 유니버스 안에 있는 캐릭터만 활용하는 것이다. 데드풀이 반드시 울버린과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영화 <데드풀>은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렇다.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도 데드풀이 등장하는 작품은 캐릭터의 성향 자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데드풀>에는 영웅이 세계를 구한다는 거대한 서사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예산이 없었다. (웃음) 그래서 데드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게 됐다. 어차피 데드풀이라면 세계를 구하는 영웅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까. (웃음)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의 어떤 면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한계가 없다는 것? 자신을 비웃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미있는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 입장에서 무척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영웅이 되기보다는 최대한 지름길을 찾아가려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말하자면 데드풀은 비열한 악당이다. 이 작품은 왜 그가 이렇게 됐는지,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연기하기 정말 즐거운 캐릭터였다.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2011)에 대한 풍자(“슈퍼슈트를 녹색으로 만들지 말아요!”라는 대사)도 있더라.

=그 장면은 내 아이디어였다. (웃음) 원래 예산 때문에 삭제된 장면에서 내가 그 대사를 즉흥적으로 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대본을 보면서 적합해 보이는 장면을 찾아서 다시 넣었다. 문제는 웨이드 윌슨이 제4의 벽을 허물거나 다른 유니버스에 영향을 미칠 만한 메타적 발언을 하지 않기로 규칙을 정해놨기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거다. 이 대사가 약간의 벽을 허물었다고나 할까.

-데드풀 의상을 입어보니 어땠나? 편하던가.

=전혀 편하지 않았다. (한숨) 아홉벌 정도 있었는데, 그 옷들이 너덜거릴 때까지 입었다. 매주 한벌씩 다른 슈트로 갈아입었는데, 추운 날에 새 슈트를 입을 때면 한 여섯 시간쯤 지나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웃음) 반나절 정도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했기 때문에 일부러 고속도로 위에서 구르고 달리고 수영하는 액션 장면을 먼저 찍으면서 슈트를 부드럽게 만든 뒤 대사가 있는 장면을 연기했다.

-혹시 슈트 중 하나를 훔치지는 않았나.

=당연히 훔쳤지. 그거 아나. 내가 평소에는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고 겸손한 사람이지만, 이 작품에선 그 슈트를 얻을 만큼 엄청나게 고생했다. (폭소) 10년이나 기다려서 연기한 캐릭터다. 마지막 촬영날 라인 프로듀서가 슈트를 챙기려고 해서 “슈트에 손댈 생각 꿈에도 하지 마”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뉴욕행 비행기를 탈 때 보안요원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 슈트는 꼭 가져가겠다고 다짐했었다. (웃음)

-슈트는 지금 어디 있나.

=지하실에 있다. 키우는 개들이 그 슈트만 보면 난리를 쳐서 어쩔 수 없이 지하실에 보관 중이다. (웃음)

-이제 아버지가 됐는데, 극중에서 히어로가 되는 것이 더 어렵나, 아니면 집에서 가장으로 지내는 게 더 어렵나.

=새벽 3시에 기저귀를 갈면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전혀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하고, 거기다 얼굴에 웃음을 띠고 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직업이다. (웃음) 하지만 진짜로 아버지가 된 것은 좋다.

-당신은 이제 할리우드의 중요한 주연급 배우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조연을 맡는 것도 좋아한다. 연기하기에 재미있고 개성 있는 역할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규격화된 남성성을 강조한 주인공 역할에 더 식상함을 느낀다. 난 절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될 순 없다. 그런 역할은 내 DNA에는 없다. 바로 어제 정말 좋은 대본을 읽었다. 좋은 스튜디오에 능력 있는 감독까지. 그런데 주인공이 영화 내내 이를 갈면서 복수에 집중하는 캐릭터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물론 그 영화를 관람하고는 싶다. 하지만 난 그 역할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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