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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전문성과 진정성을 믿다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6-01-11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절반만 꿈을 이뤘다”고 말했던 유연석은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여름, TV드라마 <맨도롱 또똣>을 마치자마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가 개봉했고 10월 초 <해어화>(감독 박흥식)를 한창 찍고 있을 땐 이태원에 바 ‘루아’를 열었다. 12월 초부턴 격일 간격으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공연 중이다. “전부터 공연을 해보고 싶었지만 작품이 연달아 있어서 시간이 나지 않았다. 연말에는 쉴 수 있을 것 같아 무대에 서볼까 불쑥 생각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웃음)” 마침 <벽을 뚫는 남자>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지금 유연석은 ‘연티율’로 불린다. 송스루 뮤지컬인 데다 주인공 듀티율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공연마다 48곡 중 29곡을 부르는 벅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친화력이 좋은 그답게 “같은 목표를 가진 배우들끼리 매일 모여 부딪치고 연습하고, 가까운 중국집 가서 밥 먹는 시간들”을 무척이나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신작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도 곧 개봉한다. 닿아보지 않은 영역에 줄기차게 도전해온 그다. 이번엔 작업 성공률 100%의 자유연애주의자 재현을 연기한다. 유능한 스포츠 에이전트인 재현은 출장차 부산으로 내려가던 중 KTX 옆자리에 앉은 수정(문채원)에게 호감을 느낀다. 재현은 배고픈 “옆자리 이웃” 수정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는 상냥함과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고 싶다”고 돌직구를 던지는 공격성을 동시에 갖춘 남자다. “재현이 진득하게 연애를 하지 못하고 하룻밤 사랑으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은 과거에 받은 어떤 아픔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도 오래 마음을 줬던 사람에게 상처받고 나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앞섰던 적이 있으니까.” 재현을 거쳐와서인지 마냥 온유하게만 보이던 유연석도 조금 과감해진 것 같다. “악역 또는 <응답하라 1994>(2013)의 칠봉이처럼 착한 남자를 연기했던 내가 바람둥이가 된다면 어떨까. 나와도 너무 다른 캐릭터라 재밌을 것 같았고 대중이 나라는 사람을 궁금해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먹게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처음 만난 여자에게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섹시한 농담을 하고, “말도 안 되는 멘트로 익숙한 듯 작업을 거는 건 역시 어려웠다”고. 유연석이 믿은 두 가지는 “전문성”과 “진정성”이었다. “일을 할 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냥 날라리처럼만 보일 것 같아” 유연석은 재현이 에이전트로서 업무를 보는 장면에 무척 신경을 썼다. <HBO>의 TV시리즈 <안투라지>의, “굉장히 바쁘게 일상을 보내는 매니지먼트 대표 아리골드”를 많이 참고했다. 아리골드는 “휴대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가만히 못 있는, 해야 할 말은 빠르게 다 해버리는 분주한 인물”이다. 또한 “앞에서 어떻게 까불든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심 어린 태도로 캐릭터가 충분히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단다. 지난 작품들에서 운동선수 역할을 많이 연기해본 그가 보여줄 “NBA 진출을 노렸던 전직 농구선수”의 모습도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남아 있는 또 한편의 영화 <해어화>는 일제강점기 경성이 배경이다. 유연석은 유행가를 만드는 작곡가 김윤우를 연기한다. 김윤우는 삼패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기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품고 자란 인물이다. “굉장히 감각적인 사람”이라 고뇌하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게 될 캐릭터다. “작곡한 곡들이 다 일제로부터 금지당하자 윤우가 앨범을 불태워버리고 만취해 바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일본군들이 군가를 부르며 흥청망청 노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윤우는 그 입들 닥치란 의미로 피아노 건반을 쾅 내려친다. 그러다 끌려가 두들겨 맞는데 그 신이 윤우라는 인물을 잘 보여주는 장면 같다.”

호기심과 실행력이 넘치는 유연석이 자신에게 주는 새해 선물은 휴식과 서핑이다. 내년 2월까지 이어질 뮤지컬을 잘 마무리한 뒤엔 “제대로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번엔 발리나 동남아시아를 여행해볼까 한다. 서핑 포인트도 많다고 들었다. 새로운 취미도 개발하고 나 자신을 조금 쉬게 두고 싶다.” 그런데 휴식을 말하자마자 덧붙이는 말.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없이 헝클어진 캐릭터가 나에게 없었던 것 같다. 거지라든지. (웃음) 아예 망가지고 흐트러지는 인물, 머리가 텅 빈 인물을 연기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어쩐지 유연석의 모험은 쉬이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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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이혜영·헤어 하나(아우라)·메이크업 성혜(아우라)·의상협찬 랄프로렌 블랙라벨, 랑방, HSH, 아크네 스튜디오 by 10꼬르소꼬모, 처치스 by 10꼬르소꼬모, 젠틀맨 by 에크루 맨, 존언더커버 by 에크루 맨, 알든 by 유니페어, 유니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