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해묵은 호기심이 하나 있었으니, 왜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고 부르냐는 것이었다(남자배우는 남배우라고 하지 않으면서). <씨네21> 인기 연재물이었던 ‘한창호의 오! 마돈나’를 책으로 엮은 <여배우들>에는 연재 당시 읽을 수 없었던 굉장한 글을 두 꼭지 더 만날 수 있는데, ‘타자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이방인으로 읽어낸 ‘여’배우의 스타 이미지에 대한 글과 마릴린 먼로에 대한 글이다. 영화산업의 시스템 안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대변되어야 하는’ 여성 스타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녀들이(백인이어도 금발이어도 아무리 아름다워도) 스스로가 원한 위치보다는 타자의 자리에 머물기를 강요받았던 삶의 순간들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2015년의 할리우드에서는 페미니즘이 유행이었고, 레드카펫에서 ‘몸을 핥듯’ 아래에서 위로 촬영하는 카메라의 시선에 대해, 그리고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배우들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여배우들>에 등장한 이들이 전성기로 활동했던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영화계에서는 (델핀 세리그 같은 예외도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많은 것이 나아졌음에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이때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도서] <씨네21> ‘한창호의 오! 마돈나’를 엮은 책
글
이다혜
2016-01-07
<여배우들> 한창호 지음 / 어바웃어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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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씨네21> ‘한창호의 오! 마돈나’를 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