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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억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6-01-07

<나를 잊지 말아요> 이윤정 감독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로 10년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연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불현듯 나타난 여자 김진영(김하늘)의 사랑을 아슬아슬하게 비추는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2004), <러브레터>(1995), <라빠르망>(1996)처럼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 멜로영화들에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는 이윤정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 <나를 잊지 말아요>가 “시간이 지나 꺼내봤을 때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정 감독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칼아츠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스크립터 등으로 영화 경력을 쌓았다.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상영된 단편 <나를 잊지 말아요>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단편은,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김정태)가 경찰서에 자신의 실종신고를 한 뒤 혼자서 보낸 텅 빈 시간에 관한 영화였다.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습작한 단편소설이 영화의 토대가 됐다. 애초부터 장편으로 만들고자 한 이야기였고,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파일럿 형식의 단편을 먼저 만들었다.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 스타터’를 통해 후원금 3만달러를 모았다.

=생각보다 파일럿 형식의 단편에 관심을 갖는 영화 제작사가 없었다. (웃음) 그런 상태로 장편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목표 금액 달성에 실패하면 뭐 어때’ 하는 심정으로 킥 스타터에 단편을 올렸다. 한국영화, 아시아영화에 관심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로 일하면서 정우성 선배를 알게 됐다. 워낙 스탭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분이라 “장편을 만들기 위해 펀딩 중입니다, 도와주세요” 했을 때 “얘가 미쳤구나” 하진 않을 것 같았다. (웃음) 그래서 펀딩 응원 영상을 부탁드렸고, 자연스레 단편 <나를 잊지 말아요>를 보게 되셨다. 머릿속으론 정우성 같은 배우가 출연하면 좋겠다 싶었지만 실제로 캐스팅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성 선배가 “왜 나는 캐스팅 할 생각을 하지 않니?” 그러시더라. (웃음) 그렇게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고 함께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하면서 영화 제작까지 맡으셨다.

-“기억 좀 사라져도 사는 데 지장 없다”며 애써 과거의 기억을 복구하려 하지 않는 연석원의 캐릭터가 특이했다.

=우리가 기억을 잃은 사람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은 모두 편견이 아닐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살아갈 일도 벅찬데 한 덩어리의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기억을 찾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희생하며 뛰어다니는 것이 일반적인가, 거꾸로 질문을 했던 것 같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의 공허만큼이나 기억하는 사람의 아픔도 크다는 것, 결국 기억하는 건 아픈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 것 같다.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을 정리했나.

=기억한다는 건 노력을 요하는 일이고 힘든 일이므로 그 자체가 굉장한 사랑의 표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 때 그것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 극중 인물들의 멜로를 쌓아나갔다. 시나리오를 수정할 때도, 영화를 찍을 때도, 편집을 할 때도 매번 기억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났다. 사랑한다는 것과 기억한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것인지, 사랑하기 위해서 기억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는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생겨났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

-멜로 이외의 장르에도 관심이 많나.

=멜로영화가 정말 연출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걸 경험하고서 알았다. 원래는 미스터리 구조를 띤 이종장르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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