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시야각으로 쏟아지는 이미지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스크린X’는 CJ CGV가 독자적으로 개발, 상용화한 특수상영 기술로, 관객이 영화를 일종의 체험처럼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간단히 말해 스크린 양옆에 위치한 극장 벽면을 또 다른 스크린으로 활용, 영화의 화면비를 의도적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검은 사제들>(2015)에서 최 부제(강동원)가 구마의식에 심취해 있는 장면을 스크린X 상영으로 보면 방안의 공간을 벽면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다. <히말라야>(2015)에서도 스크린X로 촬영된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극중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대원들이 히말라야 설산 위를 힘겹게 오르는 장면에서 새하얀 설원과 이어지는 창공을 확장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준다.
스크린X 상영을 위해서는 사실 대단한 신기술이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이 3면으로 늘어나니 영상 촬영 시에도 기본 카메라 3대가 동원되는데, 카메라 3대를 동시에 촬영하는 데 필요한 리그와 구동 장비 등은 CGV 스크린X팀에서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CGV 스크린X팀 이혜원 과장은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는 카메라 화각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는데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현재 CGV는 스크린X 촬영에 필요한 각종 리그와 카메라 3대 분량의 촬영 소스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 등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계해서 연구 개발을 거듭해 확보한 상태다.
이렇게 각각의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된 영상을 CG를 이용해 이어붙이게 되는데 이런 중첩영역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사소한 기술적 과정에 이르기까지 스크린X는 최근 각광받는 360도 영상, 즉 VR(Virtual Reality) 영상 촬영과도 많은 부분 접점이 있다. 하여 CGV는 VR 영상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오큘러스나 삼성 기어 VR과 협력을 맺어 국내 영화 최초로 영화 <히말라야>의 VR 프로모션도 동시 진행했다. VR 전용 기기를 쓰면 대략 2분 정도 히말라야 산맥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데 이는 CGV가 바라는 이상적인 극장 관람 구조의 일부다. CGV는 관객이 집이 아닌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관람 체험을 하고 난 다음, 그 기억을 바탕으로 기어 VR 등의 주변 기기를 활용해 추가 관람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관객이 점점 가정의 모니터와 극장 환경을 동일시하는 분위기를 타개하면서 새로운 극장 유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를 시작으로 지금껏 100편이 넘는 광고 영상을 비롯해서 올해에만 <차이나타운>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등의 영화를 스크린X로 촬영한 CGV는 장편영화 촬영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제작 여건상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하지는 못했는데, 만약 스크린X 상영 기술에 최적화된 장면 등을 제작자와 미리 고민한다면 이야기 전달에 최적화된 장면 구상의 가능성은 당연하게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시네마콘 행사에 참여한 CGV가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예고편을 가지고 기술 시연을 선보였다. 극장 3면을 둘러싸고 시야각 가득히 모래폭풍에 둘러싸이는 장면의 몰입감에 많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스크린X가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3D 안경 없이 즐기는 3D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극장을 더욱 극장답게 하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한 스크린X는 현재 이 기술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창작자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는 VR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영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 영화가 왜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누군가가 나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