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 요강 변경안을 발표했다. 지난 12월23일 오후 한국영화배급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 이번 변경안은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이하 전용관모임)의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했다.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상영방식과 선정과정 등 세부적인 조건에 대한 불만사항이 제기되었고, 지난 12월18일 2차 간담회를 거쳐 영진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우선 주 12회차 상영, 프라임 시간대 상영을 해야 한다는 지원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전문성과 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제가 제기된 영화선정위원회의 구성 역시 그 폭을 대폭 넓혀 후보군을 공유하고 납득할 만한 선정위원들로 구성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48편을 뽑아 이를 상영 지원하는 방식, 위탁사업자 선정 등 큰 틀에 대해서는 결정을 철회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 결정에 사업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는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검열 가능성, 위탁사업자의 검증 등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이같은 합의가 이뤄진 것은 세부적인 요청사항을 전면 수용한 영진위의 판단과 당장의 지원금이 시급한 극장들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천 영화공간 주안의 김정욱 관장은 “당장 폐관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극장들은 특히 지원금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미 상당수 극장이 지원사업 신청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 사업에 신청한 예술영화전용관이 한곳도 없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이전에 지원받던 방식보다 한결 완화된 조건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껏 극장은 물론 독립영화인,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연대해 보이콧에 동참하는 등 함께 움직였던 만큼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과 불협화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전용관모임은 내년 1월 중으로 공청회를 열어 영화인과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당장의 사업 진행은 순조롭겠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