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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오늘의 남자>
문동명 사진 백종헌 2015-12-21

<오늘의 남자> 김형경 지음 / 창비 펴냄

무언가 규정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흔한 남자로서, 김형경에게 단 하나의 수식을 붙여야 한다면 소설가가 옳을지 심리 에세이스트가 옳을지 망설이곤 한다. 다만 그녀가 내놓은 책의 목록이 점점 쌓일수록 결정은 후자에 기울게 되는 게 사실이다. 새 책 <오늘의 남자> 역시 심리 에세이스트 김형경의 면모를 잘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모였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의 감정에 대해 사색한 <사람풍경>(2004)을 필두로 이어진 산문집이지만, <오늘의 남자>는 특히 남자를 탐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남자를 위하여>(2013) 옆에 놓이는 책이다. 활동 초기부터 줄곧 여성을 향해 예민한 시선을 던졌던 작가의 커리어를 떠올린다면, 두해 간격으로 출간된 두권의 책은 분명 독특한 행보다.

남자에 관해 처음으로 쓴 책 <남자를 위하여>와 이번 <오늘의 남자> 사이의 차이를 묻자, 김형경은 “이번에는 쫄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 여성에게 자칫 폭력적인 기득권을 행사하는 남자에 대해 연민과 비판을 동시에 가하는 <남자를 위하여>를 쓰고, 바깥의 의견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기대보다 훨씬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월간지의 연재분을 모은 지난 책과 달리, 일간지에 발표된 글을 묶은 <오늘의 남자>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쓸 수 있어 논점이 한껏 솔직하고 날카로워졌다. 페이지는 얇아졌지만, ‘침묵 속에서 마음이 아픈 남자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 ‘남자가 섹스를 통해 말하는 것들’ 등에 담긴 남자의 면모들은 오히려 다양해졌다. 60년생의 작가는 마치 중년의 아내로서, 청년의 어머니로서 남자의 속성을 파헤친다. 때문에 작가의 비판적인 태도와 가족이 전할 수 있는 사려 깊은 위로가 동시에 자리한다. 기성세대에서 엿보이는 폭력성과 젊은이에게서 드러나는 무력함을 골격 삼아, 남자를 거슬러 그들과 관계 맺는 여자,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을 들여다본 <오늘의 남자>의 성과는 ‘작가’ 김형경의 진일보라 할 만하다.

예민한 시선으로 남자를 탐구하다

“한국 남자의 부가가치 향상에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은 한류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화면 속 주인공들은 덜 권위적인 데다 꽃미남 외모에 백치미를 자랑한다. 한류 드라마가 소비되는 나라의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현상이 더 잦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 여자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남자들의 노력이 그들에게 새로운 억압이 되지 않기를, 환상이 깨어진 자리에서 여자들이 냉혹한 현실과 잘 관계 맺기를 소망한다.”(147쪽)

“심리학자들은 중년의 위기란 곧 삶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것은 성장기에 만들어 가진 후 점검 없이 사용해온 생존법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다. 나이에 적합한 삶의 도구와 비전을 새롭게 확보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고 한다.”(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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