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의 빈지노는 실로 대단했다. 빈지노가 이뤄낸 것들은 마치 전에 없던 것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TV에 나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주류에 입성하기 위해 당연시되는 음악적 타협을 거부한 채, 이렇게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래퍼는 대한민국에서 빈지노가 유일하다(또 있다면 그의 레이블 동료 두명 정도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빈지노를 ‘그냥 좀 모델 같이 생겨서 어쩌다 크게 뜬 래퍼’ 정도로 알고 있다면 이 가사를 곱씹어보는 편이 좋다. “난 아무거나 말하고 마는 가요 틈에 끼고 싶지 않아 몇번이고 말했듯, 난 지킬 거야 내 영역을,/ 잠시 떠들썩한 유행이 되는 것보다 어떤 유의 유형이 되는 게 much important.” 이 노래는 빈지노가 정규 앨범 발표에 앞서 먼저 공개한 곡이다. 지난 10월에 공개한 <Break>에 이어 이 노래까지 들은 후 드는 생각은 오로지 이것뿐이다. ‘빈지노의 정규 앨범은 얼마나 새롭고 대단할까?’ 늘 최고급 랩을 선사해온 빈지노이지만 이 노래의 랩은 특히 더 기념비적이다. 랩 메이킹에 대한 그의 접근은 다른 래퍼들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어의 국적과 성분 따위는 개의치 않는 듯한 그의 랩 메이킹 앞에서 ‘한영 혼용의 문제’나 ‘한국어의 한계’ 운운하는 말들은 그저 공허해진다.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르다 말하기 전에 빈지노는 결과물로 압도해버린다. 빈지노의 여행 경험을 음악으로 재창조한 이 노래의 사운드는, 빈지노가 날아가는 나라마다 변화무쌍하게 얼굴을 바꾸다 결국엔 완결을 향해 내딛는다. <We Are Going To>를 듣고 나는 확신했다. 빈지노의 정규 앨범에는 ‘랩’과 ‘비트’가 아니라 그의 ‘세계’와 ‘우주’가 들어 있을 거라고.